일본에서 만든 만화는 단순히 만화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매니아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남자들의 심장을 고동치게 했던 이니셜D는 드리프트라는 기술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를 높이며 스트리트 경주를 대중화시킨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부가게를 하는 아버지 후지와라 분타, 혹은 크레이지 분타의 아들인 타쿠미는 중학생부터 두부배달을 시작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가업을 돕는다는 미명 아래 지역 최고의 드라이빙 기술을 가진 천재 드라이버로 성장하게 되는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후지와라 타쿠미가 몰아서 화재가 된 도요타 코롤라시리즈 스프린터 트레노입니다. 86이라는 명칭은 새새번호를 애칭으로 부르는 일본 모터스포츠의 관행을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코롤라의 섀시 번호인 AE86을 명칭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전륜구동이 대세이던 시절에 후륜구동 경량 스포트모델로 미국에 수출되던 모델입니다.
형제차인 레빈과는 리트럭터블 라이트인가? 아닌가?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차라고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86이라고 하면 트레노를 연상하게 되고 트레노에 비해 레빈의 성능이 많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같은 차량이기 때문에 그러하지는 않습니다.
도요타 4A-GE 1.6리터 직렬 4기통 DOHC엔진을 장착하였고 130마력, 15.2토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DOHC가 꽤나 좋은 기술이라고 알려져 있던 시기였고...
3A-V형인 AE85 SOHC보다는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애니메이션에서는 대단하게 그려지지만 내구성 좋고 성능 좋은 자동차들이 즐비한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원작자인 시네노 슈이치의 차량이 86이라는 점과 한 시대를 풍미한 것을 좀 오버해서 그려낸 경향이 있습니다.
86의 가장 큰 장점은 엔진의 능력보다는 925kg이라는 경량화된 차체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리지트방식을 채택하여 와인딩에서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직빨보다는 곡선주로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드리프트에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륜구동으로 바뀌는 시기였고 터보차저와 4륜구동이 판을 치고 있었지만 기본기가 좋은 차량이 더 우수하다는 것을 자가는 말하고 싶었던 듯....
86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주행보조장치를 삭제하여 세단 수준으로 디튠한 85는 정비성이 향상되 유지비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어 예상보다 높은 점유를 차지했습니다.
86이 빛을 본 것은 전적으로 이니셜D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드블랙이 주종을 이루었지만 이니셜D의 인기로 팬더색상의 수요가 급증했고 매니아들은 타쿠미의 차량과 같은 데칼을 붙이고 다니는 차량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다이캐스트와 중고차의 가격이 급상승한 것도 이니셜D의 역할....
도요타는 스바루와 공동으로 86의 오나쥬를 보여주었습니다. 코롤라의 후속은 아니지만 86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신형 모델을 내놓았고 이전의 명성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외관은 상당히 현대적으로 바뀌었으나 경량화되어 있으며 와인딩을 위한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4기통 수평대향엔진, 박서엔진을 장착하여 무게에 대한 배려를 하였고 2리터로 배개량을 높였으며 203마력과 20.9토크를 갖게 되었습니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더블 위시본으로 설계된 신형 86은 이전의 86이 가지고 있던 재미의 요소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외부 디자인은 바뀌었지만 수동 6단미션과 후륜구동에서 전해지는 감동은 이전의 86의 것에 비해 모자람이 없습니다. 약간의 오버스티어를 내며 그립주행을 하거나 후륜을 날리며 드리프트를 시연하기에 좋은 세팅값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키나의 타쿠미를 머리속에 그리면서 운전할 수 있는 펀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롯이 달리기를 위한 와인딩을 위한 선택이라면 당연히 86이라고 할 수 있으나 재미만을 위해 4천만 원의 투자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니셜D의 86처럼 여전히 가볍고 단순하며 직관적이지만 일상의 영역에서 활용하기에 실내는 허접하고 가격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도요타의 어느 모델보다 탐나고 소유하고 싶은 모델이기는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