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5. 12. 7. 20:23



지금까지 운행해 본 많은 차 중에서 가장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재규어였기 때문에 XF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XJ가 기함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재규어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톰 히들스톤의 수려한 카피가 눈에 들어왔고 늘씬하기까지 한 XF의 익스테리어가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독일 3사가 판을 치고 있는 디젤시장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영국감성을 가진 재규어가 새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시장에서는 많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사실 디젤을 얹은 독일사의 녀석들은 그다지 좋은 느낌이 아니었기에 재규어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디젤의 한계는 재규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 XF에서 느낄 수 있었는 데 수려한 주행감을 보여주었던 XJ의 느낌을 가지기에는 많은 부족함이 있었고 터보의 이질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디젤에 대한 반감이 커서인지 모르겠지만 역시나 디젤은 디젤일 뿐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 데요.


기함에서 느끼는 압도할 정도의 주행감을 느낄 수 없었고 독일사의 디젤보다 더 낮은 수준의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소음은 더 컸고 둔탁했으며 악셀의 허전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6천만원을 넘는 가격을 주고 몸을 맏기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국산브랜드가 더 낫지 않을까는 판단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조작하기 쉬운 다이얼 기어노브는 여전히 감성적이었고 스타트를 누르면서 열리는 통풍구도 확실히 자동차를 좋아하는 유저들에게는 심장을 고동치게 만들었습니다. 수려하게 빠진 익스테리어에 비해 상당히 좁기까지 한 콕핏과 뒷자석의 공간은 갑갑함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실내에서 바라보는 시야조차도 시원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대시보드의 높이에 비해 시트의 포지션이 낮아진 것이 요즘 모터브랜드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시야를 가릴 정도로 낮다는 것은 안전을 위해서도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트와 스티어링 휠, 서스는 단단함으로 무장을 해서 운행하는 동안 약간의 틈도 주지 않았으며 즉각적으로 반응을 했습니다.


높은 토크와 마력이 뒤를 받치고는 있지만 악셀을 누를 때 느끼는 감성은 확실히 가솔린과 차이가 있었고 미친 듯이 튀어나가는 폭발적인 광고의 모습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억지로 악셀을 누른다면 비슷하게 재현할 수 있겠지만 평속에서는 그저그런 반응이었고 XF는 버거워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재규어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느낌을 가지기에는 파워트레인이 확실히 약했고 밋밋했습니다. 본닛 위의 재규어가 사라지면서 재규어 본연의 느낌도 함께 사라졌다는 아쉬움을 남긴 채 조용히 다이얼 기어노브를 제자리로 돌려 놓았습니다. 영국에서 인도로 넘어간 재규어는 확실히 이전과는 달리 수려해졌지만 재규어스럽지 못했습니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더불어 재규어의 엠블럼이 있었을 당시의 재규어는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졌다는 것이 이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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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