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도 진품과 가품이 있는 것처럼 사람도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다. 진짜를 만나게 되면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만, 가짜를 만나면 해를 입을 수 있다. 금전적, 정신적 손실을 입어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 있고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수행하는 스님이 고승 반열에 오르게 되면 '파계'라고 불리는 새로운 영역에 들어선다.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머리를 기르기도 하지만, 이미 욕구에 대한 절제가 하늘에 이르렀기에 흔들림이 없고 자신을 정제하는 데 소홀하지 않다.
파계승에 대한 정보를 얻은 가짜가 마치 파계승인 것처럼 위장하고 일부에게 접근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경우가 발생한다. 파계승보다 더 파계승 같은 가짜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쉽게 동조하고 말을 따르게 마련이다.
파계승과 가짜를 구별하는 방법은 사실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가 떠들어 대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가를 보면 되지만, 이미 화려한 언변에 휘둘린 먹잇감은 구별하기 쉽지 않다. 한번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 무한 신뢰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앞과 뒤가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면 그는 나의 욕망을 부추기고 이익을 얻어 낼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다. 내가 무언가를 가진 이라면 그 가능성을 100%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먹잇감이 되었다면 놓치지 않기 위해 가짜는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
파계승과 가짜를 구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걸어온 행보이다. 진짜 파계승이라면 오랜 시간 고통을 수반한 수련의 시간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고 보통과 다른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쉬운 길을 선택하며 화려한 수사로 위장하는 것은 가짜의 특징이다.
그가 속한 집단이 정통성을 가졌는가를 알아볼 수도 있다. 인자하고 화려하지 않은 겉을 가졌으나 속내에 더러운 욕망이 조금이라도 비친다면 진짜가 아닐 확률이 높다. 누구보다 진짜처럼 보이기에 많은 시간을 두고 가짜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아야 한다.
대단히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한번 믿음을 갖게 되면 진실을 파악하는 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일반이다. 사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 처음 상대를 발견하고 믿음을 갖게 하는 우선 작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욕망과 믿음이 뒤섞이면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대중들은 사실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보가 적어서 겪었던 '비대칭'이 정보가 많아서 겪는 '비대칭'으로 바뀌었고 구조는 더욱 복잡해졌다. 현명하지 못하면 누군가의 의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잠깐 정신을 놓는 찰나에 나락으로 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고 커졌다. 가짜와 진짜를 구별해야 하는 이유가 이전보다 더 강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