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7. 12. 28. 06:00


프리미엄을 향한 굳건한 정체성을 가진 BMW는 한국 유저들이 좋아하는 외국산 모델 중 하나입니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이 책정된 북미시장이나 유럽시장에서 한국 유저들이 유달리 비머에 애착을 보인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바이에른 푸른 프로펠러와 트레이드 마크인 키드니 그릴에 대한 기대감은 우수한 주행감이라는 정체성과 함께 워너비로 평가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럭셔리를 추구하는 메르세데스와 함께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명성을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고집스러운 면모입니다.


메르세데스와 함께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점유를 유지할 수 있었고 제조사로서 충분한 이익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보급형 브랜드 폭스바겐 산하 아우디가 가진 밋밋하고 특색 없는 영역과는 차별화를 선언했습니다.





아우디 디자인이 우수해지기 전까지 관심을 갖는 유저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를 앞세웠지만 스키점프대를 쉼없이 오르는 마케팅이 나오기 전까지 역사적으로나 성능으로나 비머와는 능력과 인지도에서 확실한 차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우디 디자인이 혁신적으로 바뀌면서 점유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후륜구동 기반으로 뛰어난 코너웍은 BMW 전매특허였습니다. 보여지는 아우디 대부분 영역이 프리미엄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확실한 프리미엄으로 불리우기는 어려웠고 비머는 한 수 아래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중심축이었던 3시리즈에 비해 디젤 열풍으로 5시리즈 점유가 늘어나면서 BMW 경영진은 강력하게 지켜오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스스로 갖게 되었습니다. 확장성을 갖기 위해서는 7시리즈 영역까지 점유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고 변화를 계획합니다.


아름답던 '실키 식스' 를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게 한 비머는 5시리즈 기반으로 중심축을 옮기면서 굳건하고 단단하던 주행감을 손보기 시작했습니다. 숏스트록과 널찍한 보어를 손볼 때부터 BMW의 변화는 감지되었지만 터보차저가 간극을 메우고 있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스트록을 늘이고 보어를 좁힌 엔진을 선보이면서도 출력을 놓치지 않았고 기술력으로 정체성을 지켜오던 BMW는 대놓고 주행감을 손보면서 평범했던 아우디와의 차별점을 스스로 없앴습니다. 키드니 그릴을 워너비로 추앙하던 충성도 높은 고객들 목소리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자동차 시장이 자율주행과 대체에너지로 향하고 있는 흐름에서 정체성보다는 높은 점유를 선택하는 것이 가치라고 판단하면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중심점에서 두 클릭 정도를 움직인 BMW는 아우디와의 차별점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변화되는 시장에서 점유를 우선 확보하기 위한 제조사들 경쟁은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GM은 플랫폼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여유 있던 자회사들을 정리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BMW가 갖는 변화가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트랜드와 시장의 요구가 변화하면서 당연히 제조사들이 변화해야 하지만 100년 가까운 시간을 지켜가던 비머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은 상당히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정체성을 스스로 버리면서 아우디를 지향할 수밖에 없는 비머를 탓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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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