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해방을 부르짓으며 일본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운 대동아공영권은 많은 주변국들을 침탈하는 근거가 되었고 일본 군부를 차지하고 있는 우익들의 중심이었습니다. 우경화된 일본 군부는 전쟁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고 대부분을 신의 뜻으로 포장했습니다.
수많은 삽질의 중심에는 일본 육군이 있었고 도조 히데키의 지원이 있었지만 해군에도 똘끼 충만한 인재들이 가득했습니다. 진주만 기습을 입안한 겐다 미노루 중좌와 같은 엘리트들도 우경화에 뒤섞여 정체성을 구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태평양 전쟁에 미국을 끌어들이는 것에 찬반 의견이 갈렸지만 강력한 우익세력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일본 해군은 거함거포주의를 숭배하는 세력과 항공모함을 기반으로 한 세력이 갈라지면서 대립했고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표면적인 중재를 했습니다.
항공모함 전단에 무게를 두고 있던 이소로쿠는 미노루처럼 자신의 의사와 같은 엘리트들을 해군의 중요 직책에 포진시켰습니다. 미드웨이 해전의 패배로 전세가 기울면서 해군 내의 강경파 전쟁주의자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겉잡을 수 없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오니시 다키지로는 공모함 사령관으로 진주만 공격을 반대했던 인물입니다. 미국의 경제력과 생산 능력이 일본과 엄청난 격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몇 안되는 인물이었고 상당히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휘관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전쟁의 판도가 일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군부에서는 자살특공대에 대한 논의가 공공연하게 일어났고 오니시 다키지로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항공모함 사령관이 되면서 필리핀에서 미군을 맞닥드린 다키지로는 일본 해군의 상황을 직시합니다.
이어지는 해군의 패전으로 정상적인 작전이 불가능했고 필리핀의 전세를 극복할 대책에 대한 압박은 늘어갔습니다. 모든 경제를 군수산업으로 집중한 미국의 위세는 날로 늘어났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대책을 찾을 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줄곧 반대 의사를 가지고 있던 자살특공대 "카미카제" 를 전장에서 발동하기로 결정하면서 열세로 치닫던 전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방호력이 약한 제로센 전투기에 편도 유류만 제공하면서 자살을 강요한 작전은 일부 전선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합니다.
카미카제의 성공으로 오니시 다키지로는 "자살특공대의 아버지" 로 불리우면서 미쳐버린 군부에게는 칭송을 들었고 자살특공대로 선발된 조종사들에게는 악마로 불리우게 됩니다. 자살특공대의 악명이 높아지면서 미국은 일본의 만행에 대해 읍소했고 맨하탄 프로젝트를 계획합니다.
일본 해군이 정상의 범주를 넘어선 수준이라고 판단한 미국의 수뇌부들은 핵공격인 맨하탄 프로젝트를 인가하면서 일본을 잿더미로 만들 준비를 합니다. 자살특공대는 전투기를 넘어 인간 어뢰와 소형 쾌속정까지 확산되었고 기뢰를 사용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카미카제의 아버지" 오니시 다키지로의 어긋난 판단은 태평양 전쟁을 일본 병사들의 자살 무대로 만들었고 미국은 일본 본토에 숨어있는 미친 수뇌부를 타격하기로 결정합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리틀 보이와 팻 맨이 거대한 불기둥을 만들었고 일본의 미친 행각은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자살특공대로 선발된 조종사들은 대열을 이탈하여 탈주를 시도했고 이를 감시하는 지휘 항공기는 아군을 피격하는 일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조종사들이 탈출할 것을 우려하여 캐노피를 용접하는 인간성 상실의 모습을 보인 군대는 광기 어린 전쟁 집단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