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6. 7. 26. 23:00




한국시장의 그랜져가 플래그쉽을 차지하던 시절이 있습니다. 외국산 브랜드를 찾아볼 수도 없는 시절이니 강산이 몇 번이나 변할 정도의 세월입니다. 일본산 자동차를 흉내내기에 급급했던 시절의 그랜져는 국산 프리미엄의 대명사였고 소유는 곧, 부를 의미했습니다.





공도에서 각그랜져를 보는 것은 상당히 신기한 경험이었고 자랑하고 싶은 얘깃거리였으며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당연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억지로 사용하다가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곤 했습니다.


고급 세단이기 때문에 젊은 오너가 운전을 하면 당연히 개인 기사이거나 아버지의 차를 타고 나왔을 것임을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자동차의 소유 자체가 어려운 시절이었으니 그랜져의 이름은 프리미엄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뉴 그랜져의 등장은 프리미엄의 계승이었고 플래그쉽의 확고한 자리매김이었으며 엄지척을 시전하게 하기에 충분함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타고 나서 회자되는 최고급의 주행감을 당시의 그랜져를 운행해 본 이들의 입에서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실소가 나오기도 합니다.


현재의 프리미엄에서도 구현되지 않은 것이 뉴 그랜져에서 보였다는 것은 유저들의 썰에 가까운 시승소감은 예나 지금이나 객관성이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수입하여 조립 판매되던 머큐리 세이블은 북미에서 그레이드가 높은 차량이 아니었음에도 한국시장에서는 플래그쉽의 대우를 받았으니...





플래그쉽의 아우라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XG가 출시되면서부터였습니다. 그랜져의 후속이라기 보다는 마르샤의 후속이 더 맞는 표현이었고 플래그쉽은 다이너스티로 넘어갔습니다. 여전히 고급화를 선언하고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뉴 그랜져의 아우라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컴팩트하며 전자장비가 많이 도입된 시기의 XG는 지금보아도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프레임레스 도어의 채택도 이례적이었고 HID와 실내마감은 오히려 현세대가 더 뒤쳐져 있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가죽 일색의 실내와 더블위시본의 서스펜션 적용도 이 시절 외에는 없습니다.


원가를 생각하지 않고 만든 세대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시기 즈음 현대 대부분의 모델들이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공도에서도 심심치 않게 XG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내구성에서도 시장의 평가가 나쁘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TG는 XG보다도 더 다운 그레이드된 느낌이었고 판매량을 이어갔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로 발전이 없었습니다. 정체기를 겪고 있던 시절이라는 것이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곳곳에서 드러나며 그랜져가 가지고 있던 이전의 밸류를 망가뜨린 주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급화를 선언한 상위 클래스의 모델들에 공을 들이면서 그랜져를 버리는 우를 범한 시기입니다. 현대자동차가 북미시장에 공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한국시장에서 서서히 안티를 양산하던 시절과 맞물리고 있습니다. (잘 나갈 때 잘 지켰어야 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랜져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이 있는 세대들의 구매욕구가 조금은 남아 있었으며 판매고를 유지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더 많은 부가장비가 적용되고 패밀리룩을 계승하고 있는 HG는 확실히 그랜져가 가지고 있는 아우라를 이어나가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프리미엄이라는 대표주자는 제네시스에게 넘겨주었고 현대의 플래그쉽은 여전히 판매고를 회복하고 있지 못한 아슬란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랜져에 대한 아스라한 추억을 가진 유저들은 더 이상 현대만을 고집하지 않으며 새로운 세대들은 그랜져를 프리미엄보다는 소나타가 가지고 있던 중형시장의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플래그쉽의 자리는 이미 그랜져의 것이 아니며 혁신적이지도 않습니다.


IG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모델이 바뀌고 모습이 수려해질수록 아우라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찬란했던 그랜져의 모습이 퇴색되는 것이 시대를 함께한 유저들의 모습과 페이드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름은 그랜져이지만 그 시절의 그랜져가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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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