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6. 6. 23. 23:19




꽤나 오래 전 벤츠 S클래스의 최대 판매처가 홍콩이라는 칼럼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홍콩은 현재 인구 700만에 GDP 4만불을 기록하고 있는 부국으로 당시에도 잘사는 축에 드는 도시국가이니 이해할 만도 하지만 칼럼의 주된 내용은 비유적인 비난이었습니다.





홍콩보다 훨씬 부국인 나라들도 검소한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데 반해 자그마한 도시국가에서 S클래스가 가장 많이 구매한다는 것은 허영이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당시 상당히 공감을 했고 홍콩의 문화에 대해 그다지 좋은 방향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한국은 꽤나 성공한 모델이 되었고 나름대로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자동차시장의 문화도 달라져 있습니다. 외국산 브랜드는 2000년 대 초반만 하더라도 불과 2,000대 정도의 판매를 기록했지만 2011년 10만대를 기록하면서 자동차시장에서 급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2011년부터 한-EU FTA가 발효되면서 1,500cc이상의 차량의 8%의 관세가 철폐되었고 1,500cc이하의 자동차는 7월부터 관세가 없어집니다. 글로벌시대가 도래하면서 관세의 벽이 사라졌고 수입브랜드의 입지도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수입 브랜드라고 하기는 하지만 독일 브랜드가 수입차시장에서 60%를 넘어서고 있으니 독일 브랜드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주력은 E클래스로 19,660대를 판매했습니다. 금액으로는 1조 3739억이며 전체 판매금액인 3조 1415억 원의 30%가 넘는 액수입니다. 벤츠의 주력이라고 하지만 중국, 미국에 이어 3위의 판매처가 한국시장입니다. (자랑스러워해야 하나...??)


디젤이 인기를 얻으며 10,174대, 가솔린이 7,022대, 카브리올레와 쿠페가 912대, 63 AMG가 22대가 판매되었습니다. E클래스가 판매된 숫자만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상당한 선진국임을 알 수 있습니다만...





한국의 GDP는 3만불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성장률은 제자리걸음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경제지표로는 성장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장은 물가상승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고 이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의 흐름이기도 합니다.


글로벌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고전을 겪고 있으며 이전보다 많은 판매를 기록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개인부채가 1200조에 달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벤츠의 주력을 3번째로 많이 구매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세대 E클래스가 출시되면서 사전계약이 8,000대를 넘어서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가 처해진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습니다. 가처분소득이 오르고 있지 않아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는 시점에서 8,000만 원에 육박하는 자동차를 선뚯 구매하고 있는 것은 현실과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8,000대의 사전계약은 지난해 E클래스 판매의 절반에 이르는 숫자이며 C클래스 한 해 판매량에 육박하는 숫자입니다. 첨단기술을 탑재하고 나온 E클래스이기는 하지만 '이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의문은 있습니다.




선택의 몫도 개인이며 부채를 짊어지는 것도 개인의 몫입니다. 개인의 선택을 두고 누구도 판단하거나 질책할 수는 없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과정과 원인의 차이는 있지만 30년이 넘게 저성장을 기록하면서 더 이상 발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는 일본이 성급하게 터뜨린 샴페인의 데자뷰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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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