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이 끝나고 냉전시대에 돌입하면서 각국은 군비경쟁에 돌입하게 됩니다. 서방동맹국은 나토(NATO)로 뭉쳤고 비동맹국들은 바르샤바조약기구로 뭉쳐 서로를 견재하기 시작했고 무기의 공유도 함께 하기 시작합니다.
서방동맹국들은 2차대전에서 겪은 기억으로 짧은 거리로 이륙해 수직으로 착륙하는 STOVL(Short Take Off and Vertical Landing)기의 필요성에 동의하게 됩니다. 프랑스의 항공기기술자가 가진 기술을 바탕으로 영국에서 시제기가 만들어졌고 시험비행에 성공하게 됩니다.
완벽한 수직이착륙기로 시제기에 성공한 호커 시들리사에게 미 국방성은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미 해병대와 함께 개발에 관여하게 됩니다. STOVL에서 한단계 진보된 VTOL(Vertical Tke Off and Landing)로...
성공으로 순조로운 발길을 돌리고 있는데 태클을 걸고 나온 것은 프랑스...
2차대전에서 독일에게 발리면서 굴욕 당한 공군과 프랑스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델타익 전투기 '미라지'를 완성하게 됩니다. 자국에서보다 이스라엘 조종사들이 더 많이 애용하는 전투기로 중동전쟁에서 전투기를 폭격기로 사용해서 이름이 드높아진 비행기입니다.
당시 미국이나 소련의 눈치를 보기 싫은 3국에서 도입을 희망했고 그런대로 잘 팔린 전투기로 프랑스의 자랑거리이기도 합니다. 수직이착륙 비행기를 미라지로 밀고 있던 프랑스가 영국으로 힘이 모아지자 독자적인 노선을 선택한 것입니다.
프랑스의 이탈로 한동안 수직이착륙기의 계획자체가 무산되었으나 영국의 고집으로 살아남았고 미 해병대의 지원을 받으며 최초의 수직이착륙 공격기가 탄생했으니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AV-8A 해리어(Harrier)...
초기 제작은 호커 시들리사와 미국의 맥도넬 더글러스가 했으나 BEA와 보잉에 인수합병되어 생산되고 있습니다. 엔진은 이름도 거룩한 '롤스로이스...'
개발 초기에는 나토국들은 초음속 전투기/폭격기를 원했지만 시험단계에서 지상을 공격하는 공격기로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개발에 깊이 관여했던 미 해병대는 AV-8A라는 제식명을 붙이면서 바로 도입을 하게 되는데 미국 자체에서 생산하지 않고 제식화된 최초의 항공기였습니다. (미 해병대가 정말 필요했나 보다...)
롤스로이스 페가수스 엔진 1개를 사용해서 양쪽의 노즐로 분사되기 때문에 마하의 속력을 낼 수 없고 수직이착륙을 위해서는 다량의 무기를 탑재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초기 해리어는 개량된 모델보다 날개가 짧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호버링에 중점을 둔 설계로 수직이착륙에 필요한 4개의 노즐을 조종하는 데 숙련되지 않은 경우 종종 추락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 해군과 영국 공군의 숙련된 조종사들에게는 문제가 아니었지만 새로 도입한 나라들에서 종종...
해리어2로 명명되는 개량형은 소재를 바꾸면서 기체가 가벼워졌고 날개를 늘리고 무장량을 확대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항속거리도 늘어났지만 공대공 능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으로 대공 레이더를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수직이착륙은 아날로그에서 컴퓨터제어로 바꾸었고 조종사가 실수로 추락하는 일은 확실히 없었습니다.
가장 신난 건 미 해병대...
타라와급 강습상륙함에 6대를 싣고 다니면서 상륙에 사용하기에 좋은 기종이라고 생각했고 실전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운용이 되었습니다. 수륙이착륙기의 장점을 살려 공대공 도그파이트(근접 공중전)에서 노즐을 움직여 추력으로 상대를 따돌리거나 뒤 쪽으로 기동을 고안합니다.
영국 공군과 미 해군의 해리어 조종사들은 추력을 이용한 기동법을 익히는 것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수직이착륙에 대한 장점은 있었지만 마하 2를 넘나드는 전투기들과의 격차로 여타의 나라들에게는 큰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1982년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벌였던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 공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비행기가 프랑스에서 제작한 '미라지...'였습니다. 개발 단계에서 계획을 보류시킨 마하 2의 압도적인 능력을 가진 비행기와의 공중전에서 21 : 0이라는 의외의 숫자를 기록하게 됩니다.
근접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대공 미사일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무장도 없는 해리어의 승리로 인지도는 급상승하게 되었고 추력을 이용한 기동이 알려지면서 해리어의 가치 또한 상승하게 됩니다. 당시 포클랜드 전쟁에 참여했던 조종사드들은 추력을 이용한 기동에 대해서는 그다지 언급이 없다는 것이 함정...
해리어의 능력보다는 미라지를 급하게 수급한 아르헨티나가 사용할 마땅한 공대공 미사일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후문...
이런 내용을 알 수 없는 일반인들은 그저 21 : 0만 기억하고 미라지는 희대의 희생양이 되어 역사의 한 페이지로 장식이 되었습니다. (사실 미라지가 그다지 능력있었다기 보다는 이스라엘 조종사들이 미라지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활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AV-08 해리어 미라지 양민을 학살하다...!!"
다른 기종에 비해 전투능력을 떨어지지만 수직이착륙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 오랫동안 독보적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해리어'는 2011년을 기점으로 퇴역을 하게 됩니다. 해리어를 싣고 다니던 강습상륙함인 타라와급도 덩달아 퇴역을 했습니다.
여전히 '수직이착륙'을 외치는 해병대에게는 F-35B가 해리어의 대체자로 낙점되어 있습니다. 해병대의 요구만 아니라면 이미 실전에 배치될 수 있는 A형과 C형이 VTOL기인 B형 때문에 지연되고 있어 해병대가 욕을 먹고 있는 상황...
그만큼 미 해병대에게 수직이착륙기는 활용도가 높은 기종입니다. (다른 나라 해병보다 미 해병대가 특히 수직이착륙기를 좋아하는 성향이 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