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6. 2. 9. 14:21



그랜저 디젤 시승기, 놀랍지만 아직은 아쉬운



그랜저는 준대형 세단으로 국내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델입니다. 현대가 더 큰 도약을 위해 제네시스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런칭을 했고 따로 운영을 하겠다는 선언을 한 이 후 예전의 위치를 다시 찾으려고 하는 모양새입니다. 몇 세대 전만 하더라도 그랜저는 현대의 플래그십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소위 각 그랜저라고 불리우는 그랜저의 초기 모델은 일본에서 수입해 조립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었으니 순수한 국내 기술은 아니었습니다만 몇 세대를 거치면서 완전히 국산이 되었습니다. 그랜저 디젤은 준대형 시장에서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하고 있는 모델로 출시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디젤과 다운사이징이 대세가 되어가는 흐름을 따르고 있는 것인데요.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그랜저가 디젤을 만들면서 2.2리터를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다운사이징을 통한 연비를 구연하기 위해서는 2.0리터가 더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2리터를 택한 것은 현대의 생각이 한단계 더 발전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저속에서 토크가 높은 디젤 엔진은 에너지 효율이 높아 적은 연료로도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기통수를 늘리지 않아도 자유롭게 배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디젤은 토크에 비해 고속이 될수록 마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책으로 터보차저를 장착하는 것인데 가변 터빈인 VGT가 그랜저 디젤에는 접목되어 있습니다. 내벽이 두터워 무게가 무거워진 디젤 엔진은 밸런스를 잘 맞추지 않으면 주행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디젤 엔진을 얹으면서 2.2리터를 택했을 때부터 그랜저가 상당한 고심을 한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시승에서 가솔린과 많은 차이를 보이지 않고 달려나가는 모습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유수의 브랜드들도 디젤에 밸런스를 잘 맞추지 못해 주행감이 떨어지진 기억을 상기해보면서 디젤 엔진의 빠른 발전에 좋은 점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토크가 높은 디젤엔진이지만 소음과 진동이 있고 무게배분을 잘못할 경우 주행안정성이 떨어지며 좋은 느낌을 갖기 어렵습니다. 중심점을 잘 잡은 벤츠의 디젤이 주력으로 2.2리터를 가져가는 이유인데 후발주자인 그랜저가 2.2리터 디젤을 내보인 것은 그 중심점에 많이 접근했다는 반증입니다.





시승을 해보면 어설픈 흉내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진동과 소음유입은 아직은 해결해야 할 여지가 있습니다. 디젤엔진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배기온도가 낮아 터보차저를 장착하기에 용이하기는 하지만 압축비로 인해 소음과 진동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디젤은 관건은 소움유입의 차단과 진동의 최소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랜저 디젤이 새로운 시도임을 감안하더라도 소음과 진동은 더 신경을 썼어야 합니다. 가솔린 엔진에서도 아직까지 아이들링의 미세한 떨림을 잡지 못하고 있으니 디젤에서의 진동은 오죽하겠습니까만은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한 일부 브랜드들보다는 현실적인 가격에 위안이 되기는 합니다. 연비만을 위해 디젤을 선택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것은 아닙니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고 가솔린 엔진과의 비용의 차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3년의 시간이 소요되어야 합니다. 신차를 구매한 오너들이 대부분 느끼는 공통점이기는 합니다만 작은 단점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운행하는 내내 마음이 쓰이고 불만이 증폭되기 마련입니다.





오너들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자동차를 설계해야 만족감이 크고 브랜드의 충성도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디테일이 있는 배려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지속적인 판매고를 유지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식해야 합니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않은 것이 필요한데 현대는 미디어를 이용하는 데 능수능란하지는 않습니다..





수려한 주행감과 단단함을 가지고 승부하는 것이 정석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소비자와 함께 호흡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랜저 디젤처럼 잘 만들어진 모델을 좀 더 부각시킬 필요도 있고 마케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으로 품질을 올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소비자에게는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습도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좀 더 많이 알리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유럽형은 유럽에서 북미형은 북미에서 뛰어난 점이 있기 때문에 유럽형 또는 북미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입니다. 한국 지형을 피나게 연구하면서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를 쓰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글로벌을 향해 더 많은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자국민의 호응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제네시스 EQ900이 독일에 출시되었을 때 자국의 브랜드가 더 좋다는 그들의 반응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자동차 왕국을 꿈꿨던 포드가 일본에서 철수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자국민이 갖고 있는 충성도였다는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랜저 디젤이 한국에 더 잘 맞는 한국형 디젤이고 높은 토크로만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산 디젤 엔진이 아직은 한 수 위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입니다만 가성비와 한국형 옵션은 현대에게 큰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잘 다듬어진 성능에 비해 감성이 부족한 것도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옵션 보턴을 센터페시아와 기어박스에 정신 없이 나열하는 것에 비해 구석진 곳에 숨기는 모습은 간결함을 넘어 허전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차에 불이 나던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실추하던 고개를 숙이지 않는 자만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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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