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5. 11. 10. 14:15



남자들에게 스포츠 쿠페는 드림이며 선망의 대상이다. 날렵한 외관과 더불어 으릉렁대는 배기음. 날카로운 주행감을 꿈꾸며 오너가 되기를 기대하고 노력한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브랜드에서 스포트의 이름을 달고 있는 모델을 볼 수 있는 세상에 살기 때문에 더 없이 즐거웁다.





최근의 트랜드에 맞게 BMW는 스포츠 모델에도 디젤을 얹었고 뛰어난 연비를 자랑한다. 스포츠 모델에 디젤이 얹힐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유저에게 스포츠 감성과 실용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모델로 은근한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 420d이다. 3시리즈의 쿠페를 옮겨 놓은 날렵함은 외관에서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키드니그릴에서 이어지는 날렵한 헤드램프가 달리고 싶은 충동을 자극하고 트렁크로 떨어지는 루프라인은 쿠페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디자인했다. 독일에서 넘어온 녀석답게 수려한 디자인과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어 불편함을 감수하고 시트에 몸을 얹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실내에 들어오면 익숙한 센터페시아와 기어노브가 눈에 들어오며 스포츠 쿠페의 감성보다는 세단의 그 것을 느끼게 된다. 최근 BMW의 익스테리어는 모두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어 지금 앉아 있는 모델이 어떤 것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420d라고 알 수 있는 것은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패들시프트 정도...


낮은 시트포지션은 몸을 던지는 순간부터 쿠페의 어색함을 느끼게 한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앞을 내다보는 순간 낮은 시트포지션으로 인한 불편한 시야가 약간의 긴장을 갖게 한다. 기대를 하고 오른발에 힘을 주어보지만 예상보다 느리게 반응하는 차체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헛발질하고 나서 드는 당혹감을 뒤로하고 더 힘을 주어야 디젤의 소음이 높아지면서 도로에 흐름에 맞출 수 있다. 역시나 디젤을 쿠페에 얹은 것은 실수라는 생각이 들면서 좀 더 밀어보고 싶지만 밀려나가지 않는다. 520d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 이상의 것은 전달되지 않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능력에 기대감은 반감으로 바뀐다.


작고 낮은 느낌에 확실히 단단한 서스는 너무 단단하다. 스포츠 모델이라고 하지만 주행감은 세단의 것을 넘어서지 못하는 데 서스만 스포츠인 것이 이질적이고 훌륭한다는 생각을 들지 않게 한다. 640d나 420d나 520d나 모두가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 실내와 더불어 주행감에서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이전의 비머라면 각 시리즈 별로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있었는 데 지금은 그런 것을 포기한 느낌이다. 이름만 달랐지 모두가 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 기대감을 반감시키기도 하고 모델의 구별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프레임레스 모델을 좋아하지만 불편함은 감수하면서 구입하기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한 번쯤 하는 기대감으로 구입하다면 모르겠지만 국산 대형 세단의 값을 치르고 몸을 얹기에는 그다지 수려한 퍼포먼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 트윈터보에서 오는 이질감도 여전하고 서스만 더 단단한 비머일 뿐 스포츠를 상상하고 구매하기엔 갖춰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빠져 있다.


스포츠의 이름을 달고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려면 자연흡기의 가솔린 엔진이 답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무늬만 가진 스포츠 쿠페가 BMW 420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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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