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가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이어지면서 일본과 오랜동안 숙명처럼 마주하던 갈등이 본격화되었다. 언젠가는 두 나라 간의 오랜 갈등으로 한 판 벌어져야 할 상황이었고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식민사관을 청산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일본은 쇄국정책을 펼쳤던 한국과 달리 근대화에 성공하면서 스스로를 '탈아입구' 라고 치켜세우며 아시아에서 최고가 되기를 희망했다. 근대까지 정말 별 볼 일 없던 역사를 가진 일본이 급격하게 탈바꿈할 수 있었던 계기였으며 군사력은 막강했다.
미국마저 상대로 보지 않았던 일본 극우주의자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두 발의 버섯구름의 희생양이 되면서 한계를 깨달았다. 일본은 이때부터 스스로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였고 항복을 권유하는 연합군의 만류를 흘려보내는 우를 범했다.
지난 시대를 꿈꾸는 극우주의자들은 일본을 장악하였고 무기력한 일본인들은 글로벌에서 벌어지는 급격한 변화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불거지는 어리석은 결정 뒤에 제기된 것이 '지소미아(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일컫는 '지소미아' 는 2016년 광화문이 촛불로 메워졌을 당시 전격적으로 채결되었다. 2011년부터 미루어졌던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 정부를 압박하면서 졸속으로 채결되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가 미국에서는 대단한 대통령일지는 모르겠으나 동북아 정세에 무지했고 일본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한국에게는 불행한 일들이 이어졌다. '지소미아' 로 일본 내 주둔하고 있는 주일미군은 별도의 과정 없이 한국 내 주한미군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은 한국에게 태평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으나 한반도는 태평양에서 벌어지는 정보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과 미국이 곡률로 인해 정보의 간격을 가진 한계를 '지소미아' 로 해결하게 되었다.
인접한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서 행해지는 군사적인 행동에 대해 빠르게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것은 MD(Missile Defence) 의 일환이다. 일본에 배치된 2기의 사드(THAAD)의 완성이 한국에 배치된 1기의 사드이며 이는 미 의회에 보고되기도 했다.
북한 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방위체계라는 상식이 미 의회보고서를 통해 증명되었다. 한국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미국과 일본에게는 안보상으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협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안보를 이유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일본이 '지소미아' 는 연장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이유이다. 일본은 최근 개최된 G20을 통해 미국의 절대적인 패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으로 한 발자국 다가서는 선택을 했다.
한국과 우선 정상회의를 하기로 결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례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제의 적도 친구가 될 수 있으며 어제의 친구가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일본을 통해 알 수 있다.
'지소미아' 가 MD의 일환이고 한국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협정이기는 하지만, 시한 연장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고려가 필요하기는 하다. 악화된 한일관계를 고려했을 때는 연장을 해줄 필요가 없으나 미국의 안보라는 측면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의 감정적 대응으로 한국 내 극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유효하지 않은 '지소미아' 는 마땅히 폐기되어야 한다. 안보를 위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는 일본의 주장이 뒷받침 해주기 위해서도 '지소미아' 가 마감되는 것이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