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쉽2018. 11. 11. 21:41

 

학창 시절 덕질을 하는 반친구 녀석이 있었습니다. 그녀석은 집이 부유하다고 했으며 성적도 뛰어난 편이 아니어서 항상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았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지금이야 덕질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이냐고 할 수 있으나 그 시절의 덕질은 돈많고 공부 못하는 이의 전유물로 대표되기도 했습니다. 아웃사아더였던 나와 종종 대화를 나누다가 어느 지점에서 그녀석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압도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녀석은 "퀸(Queen)" 이라는 밴드에 광적인 팬이었고 영국대사관에 편지를 보내 본토에서 LP판을 구입했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뭔가에 미쳐 있는 그녀석이 왠지 위대해 보였고 그녀석이 구입한 영문 잡지에 소개된 헤비메탈과 락그룹에 대한 지식에 매료됐습니다.

 

보이밴드 '아하' 의 리드싱어 '모튼 하켓' 이 프레디 머큐리의 무대 매너를 흉내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후문과 함께...

 

퀸의 최근 소식과 앨범에 차트된 곡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그녀석이 해박한 지식에 감탄할 때 즈음 학창 시절이 마지막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퀸에 대한 동경이 한풀 꺾였을 때 보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 가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퀸의 명반을 영화를 통해 재조명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내심 불안한 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레디 머큐리와 퀸이 가진 성적 지향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이에 대한 불을 보듯 뻔한 논란이 우려되었기 때문입니다.

 

퀸이 위대한 그룹임에 틀림 없지만 젠더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존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를 관람하면서 프레디 머큐리가 재림한 것으로 착각했고 학창 시절 열정이 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였지만 밀려드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고 퀸의 위대함에 다시 한 번 환호했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다 끝나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었고 퀸이 전해주었던 엄청난 감동과 거친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습니다.

 

그룹 퀸을 조금밖에 모르는 나에게도 함께 영화를 관람했던 퀸을 모르는 딸래미도 역대급 감동에 전율했고 위대한 그룹과 영화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퀸에 열광했던 아재들은 하나같이 영화를 보고 오열했으며 감성을 주체하지 못했다는 후기를 전했습니다. 기술의 엄청난 발달로 퀸이 보였던 실험적인 도전들이 상실된 지금의 음악에서 찾을 수 없는 감성이 다시 심장을 고동치게 했을 것입니다.

 

퀸이기에 가능했던 역사에 아재들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고 "보헤미안" 이 되지 못한 아쉬움에 한탄했습니다.

 

학창 시절 퀸에 미쳐 덕후가 되기를 자청했던 그녀석이 공무원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느꼈던 오묘한 감정을 다시 떠올리며 스마트폰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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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