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한반도에 발생한 전쟁으로 남과 북이 나뉘어졌고 60만에 이르는 대한민국 장병은 추위와 배고픔을 참아가며 2년의 세월을 보내야 합니다. 20세 이상의 신체 건장한 남자라면 누구나 주어지는 국방의 의무는 두렵고 어려운 과정이기는 하지만 순기능도 있습니다.
군대에서 습득한 기술이 훗날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하며 성인이 되는 통과의례로 여겨져 남자들에게는 살아가는 동안 술자리에서 나누는 괜찮은 안주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지나고 나면 엄청나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며 추억으로 남는 시기입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입대를 기다리는 입영 대기자라면 관심을 갖는 지역이 있었습니다.
2016년 폐쇄가 결정되기 전까지 대한민국 육군을 양성하기 위해 신병교육대로 보내지기 전 어색하고 적응 안된 병들이 모이는 보충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장병을 양성하고 있는 주력군인 육군은 논산훈련소와 306보충대, 102보충대로 나뉘어 입영 절차를 밟게 됩니다. 306보충대와 102보충대에 비해 논산훈련소는 논산호텔로 불릴 정도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군대이며 입영 장소에 의해 미래가 결정되었기 때문에 예비 장병들에게 보충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3야전군 산하 철원지역을 담당하는 사단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있는 306보충대와 동부전선을 담당하고 있는 1야전군 산하 강원지역 사단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는 102보충대는 재앙에 가까웠습니다.
의정부에 위치했던 306보충대와 춘천에 위치했던 102보충대는 매주 화요일에 1,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모여들었고 훈련소 배치를 위해 3박 4일 동안 보충대에서 대기를 했습니다. 앞으로 닥칠 꽤나 숨가쁨 과정의 잠깐의 쉼표라고 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사진출처 : 클리앙>
306보충대는 경기도 일대에 주둔하는 사단에 배치되기에 철원지역을 제외하면 102보충대에 비해 엄청난 추위와 부족한 보급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군대가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춥고 배고프고 피곤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4끼를 먹어도 배고픈 나이에 제한 식사와 강도 높은 훈련을 반복하는 것은 남자이기는 하지만 쉬운 일이라고 폄하할 수 없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병으로 처음 접하는 보충대에서 짧은 만남을 갖는 동기들과의 인연은 기억되지 않습니다.
사단과 자대에 비해 기억에서 사라진 그들이 가끔 그리워질 때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좁을 땅덩어리 어딘가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전방 대부분이 산간지역으로 교통편이 확실하지 않았던 시기에 유지되던 306보충대와 102보충대는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도로 사정이 좋아지면서 폐쇄 논의가 제기되었고 2014년과 2016년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20대 초반 군대라는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하는 대한민국 남자가 거쳐야 하는 306보충대와 102보충대는 이곳을 거쳐간 전역한 누군가의 기억에만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