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8. 5. 22. 19:20


BMW 6시리즈 GT는 5시리즈에서 생산하던 그란투리스모 모델을 6시리즈로 옮기며 탄생했다. 6시리즈는 BMW의 정체성을 계승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GT라는 수식어를 붙이면서 대놓고 비머의 감성을 계승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BMW는 이세타로 위기를 탈출한 뒤로부터 스스로의 정체성을 '펀 드라이빙' 으로 정의했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재미에 대해서 강조했다. 강박에 가까운 코너웍과 단단한 하체를 계승하면서 '다이나믹' 없는 비머는 BMW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BMW의 충성도 높은 고객은 비머가 주장한 다이나믹 주행감을 그대로 머리에 담았고 신념에 가까운 신봉자가 되었다. 스스로 주장한 정체성에 갇힌 BMW는 다양한 모델을 생산해야 하는 제조사로서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함정에 빠졌다.


BMW가 만든 정체성에 열광하는 비머의 고객에게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란투리스모' 를 생산하면서부터이다. 비머는 스스로가 정체성을 위배한다는 것이 상당히 신경 쓰였는지 GT를 생산하기 전부터 당위에 대해 매우 길고 절절하게 설명했다.





세단을 보완하고 SUV가 가진 단점을 뛰어넘을 수 있으며 왜건이 가진 촌스러움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엄청나게 설명한다. 별다른 설명 없이 자동차로 모든 것을 대변하던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BMW 고객에게 의문을 자아냈다.


GT는 BMW가 가진 정체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고 배기량 기준을 맞춘 디젤 엔진은 소음과 진동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키식스' 로 글로벌에서 주목을 받았던 명성보다 당장 몇 대의 자동차를 파는 것에 급급하게 된 BMW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5시리즈에서 6시리즈로 자리를 옮긴 GT는 7시리즈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이전의 답보를 수정하지 않았다. 6시리즈 GT는 날카로운 코너웍이나 수려한 주행감을 표방하는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수정할 필요가 없긴 하다.


63kg.m의 풍부한 토크와 265마력으로 충분히 귀를 자극할 수 있다. 파란색 풍차 로고를 붙이면 모두 BMW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소비자는 아직 시장에 충분히 존재한다.





2톤의 중량과 5,090mm 의 전장, 1,900mm 의 전폭, 1,525mm 의 전고, 3,070mm 의 전고는 7시리즈보다 8mm 짧으며, 2mm 짧고, 58mm 높다. 휠베이스는 같지만 안 그래도 커진 덩치에 높은 전고 덕분에 밸런스라는 것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프레임레스 윈도우와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된 점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GT라고 명명하고 스포일러를 적용한 것은 뭔지 도대체 당당했던 BMW의 모습과는 대단히 거리가 있다.





루프 강성까지도 밸런스의 작은 조각으로 계산하는 치밀한 BMW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모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6시리즈 자체가 날카로운 주행감보다는 직선에 가까운 대지를 주행하는 북미 성향에 맞춘 모델이기에 당연한 결과이다


6시리즈는 대단히 많은 수식어로 치장하고 있지만, 북미 시장에서 조금 더 많은 점유를 누리기 위해 BMW가 내세웠던 모든 것을 위배한 모델에 지나지 않는다. 스트록을 90으로 늘이고 보어를 84로 좁힌 것보다 황당한 것은 9,260만 원이라는 가격이다.





한국 시장에서 환영받는 XDrive와 M 스포츠 팩키지를 합하면 1억 150만 원의 가격이 된다. 사방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어라운드뷰에 대한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6시리즈 GT를 소유하기 위한 가격으로는 타당하지 않다.


1억에 육박하는 가격을 지불하면 거주편의성과 안정적인 주행 감각, 첨단 전자장비를 대거 채택한 모델이 널려 있다. 다이나믹한 주행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비머를 열광하며 구입하는 것은 경제력이 남아도는 소수에 해당되는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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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