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8. 5. 13. 13:42


글로벌 자동차 기업 르노는 닛산과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북미 시장에서 중대형 모델을 점유하는 방향을 택했고 미쓰비시를 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웠습니다. 유럽 내에서 해치백으로 점유를 누리던 르노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삼성 브랜드를 뒤에 업었습니다.





삼성은 한국 시장에서 SM시리즈로 유명세를 가지고 있었고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브랜드입니다. 한국 시장이 곧 삼성이라는 풍문이 나돌 정도로 인지도가 높았으며 삼성이 성공하는 것을 한국이 성공하는 것으로 평가하던 기조까지 있었습니다.


르노는 삼성에게 영업이익의 0.8%를 로열티로 지불하는 것에 그다지 이의를 갖지 않았고 18년 동안 한국 시장에서 생존했습니다. 르노가 생산하는 해치백과 소형 모델은 한국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모델이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한국 시장만을 위한 모델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연구하고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지만, 르노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뒤에 업고 있다는 것에만 만족하고 점유를 누리기 위한 투자를 과감하게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브랜드만을 믿고 시간을 보낸 르노가 잠깐 새로운 기조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한국 시장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글로벌 기업인 르노가 연간 판매대수가 13만 대밖에 되지 않은 시장만을 위해 투자를 한다는 것은 훌륭한 선택이 아닙니다.





규모의 경제를 가진 자동차 브랜드라면 연간 200만 대 가까운 점유를 가진 북미나 중국 시장이라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점유가 크지도 않으며 자동차를 실용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는 르노와의 관점 차이도 상당합니다.


한국 시장에서 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중형 이상의 모델을 현지화해야 하며 가격까지 조정해야 하는 시도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글로벌 기준에 합당한 모델을 출시해서 사면 좋은 것이고 안 사도 그만인 시장에서 삼성 로고가 가치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의 0.8%라는 숫자가 다소 적어보기는 하겠지만 브랜드를 빌려주는 명분으로 삼성이 가져가는 액수는 100억에 육박합니다. 르노로서는 점유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로열티로만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어 수익을 온전하게 보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르노는 삼성자동차를 인수대금인 6,150억 중 2,090억을 지불하고 르노삼성에서 로열티와 배당금으로 5,500억 이상을 가져갔다고 2012년 밝혀졌습니다. 르노는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서 투자한 자금 이상을 회수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투자에서 이익을 낸 것입니다.





삼성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이전과 다른 위치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르노는 이미 스스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한 클리오는 삼성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나 르노를 앞세웠고 태풍 로고 대신에 다이아몬드 로장쥬 로고를 채택하면서 변화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클리오는 가격을 배려하지도 않으며서 한국 시장에 미련이 없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독과점에 가까운 점유를 누리면서 왜곡된 흐름으로 흘러가는 한국 시장에서 르노의 변화는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강력한 경쟁 상대가 없다는 것은 기업을 느슨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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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