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에서 독과점에 가까운 점유를 누리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도 가장 안락한 점유를 유지하고 있는 모델이 미니밴 카니발입니다. 현대 자회사인 기아자동차에서 오랜 시간 오롯이 점유를 누리고 있는 카니발을 대적할 수 있는 대안은 없습니다.
디젤 기반의 MPV(Multi Purpose Vehicle)이라는 수식어에 알맞게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카니발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한 가족 이상의 인원이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으며 적재를 위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5미터가 훌쩍 넘는 크기의 미니밴이기 때문에 경제적 뒷받침이 늘어나면서 여가를 즐기거나 확산되는 캠핑문화에 편승해 식지 않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니밴으로 야심 차게 한국 시장에 발을 들인 일본산 혼다 오딧세이와 도요타 시에나가 있지만,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주행 능력이나 완성도에서 오딧세이나 시에나가 확실히 우월함을 보여주고 있지만, 카니발이 가진 연비와 가격에 대한 장벽을 제압하기는 힘겹습니다. 카니발은 오랜 시간 독과점에 가까운 점유를 누리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수의 인원을 수송하기 위한 세팅이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세대가 거듭할수록 오히려 퇴보를 선택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출시부터 유저들이 제기한 공명음은 훌륭했던 사각 서브 프레임을 버리고 승용에 적합한 H 프레임을 적용한 결과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공명음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며 비용을 투자해 이를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습니다. 페이스리프트 된 카니발도 북미와는 다르게 유압식 조향장치를 장착하면서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북미에 채용된 R-MDPS보다 유압식이 나은 선택인 것처럼 항변하는 보수적이며 고집을 가진 경영진은 시대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별다른 변화 없이 차량 가격만 100만 원을 인상했다는 비난에서 스스로 갇히는 선택을 했습니다.
차선책 없는 카니발이지만 오딧세이와 시에나가 가진 주행감이나 높은 완성도에 비해 허접하기조차 한 수준이 확산된다면 지금까지 누렸던 안락이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가격에 대한 차이가 장벽이 되기는 했지만, 소비자 요구가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경제 수준도 향상되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외관만 번지르르하게 만들어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정책은 결국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것이며 이미 양산되고 있는 수많은 안티 세력을 늘이기만 할 뿐입니다. 허접한 주행감을 미니밴이 가진 한계라고 할 수도 있지만 헐렁하고 부족함은 지나친 수준입니다.
완성도 높은 브랜드 미니밴을 경험해 본 소비자라면 카니발이 가지고 있는 화려하고 번쩍거리는 수많은 장비가 오히려 초라한 치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과점의 카니발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경쟁자가 절실하게 필요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