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동부전선을 침공한 '아돌프 히틀러' 는 기갑 전력을 앞세운 독일군이 그해를 넘기지 않고 소련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소련을 정복한 뒤 동아시아까지 진출해 일본과 합류하기로 한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세갈래로 나뉘어 진격한 독일군은 그동안 사용하던 전격전으로 소련을 압박했고 백색내전으로 대부분 지휘관을 잃어버린 소련 붉은 군대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졌습니다.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 은 '게오르기 주코프' 장군을 동부전선에 급파했고 전세는 안정되었습니다.
압도적인 독일군 기갑 전력을 주춤하게 만든 것은 게오르기 주코프 장군의 뛰어난 지략과 T-34라는 걸출한 MBT(Main Battle Tank, 주력 전차) 덕분이었습니다. 급조한 T-34는 경사 장갑으로 전면을 구성했고 현가장치를 장착해 야지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히틀러조차도 T-34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소련 전차 기술력은 이후로도 발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랄바곤자보드와 클리모프 공장, 하르코프 공장, 옴스크트란스마쉬가 협력하여 부족한 점을 개량하는 방식으로 발전한 소련 MBT는 하이엔드를 원했습니다.
T-64의 뒤를 이을 새로운 하이급 전차 T-80을 계획하게 되었고 '오비옉트 219' 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옴스크트란스마쉬가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3세대 전차인 T-80은 발전된 FCS(Fire Control System, 사격통제장치) 와 야간 전투를 위한 야시장비를 갖추었고 자동 장전장치를 구현했습니다.
가스터빈 엔진은 뛰어난 기동력을 발휘하는 근간이 되었고 125mm 주포는 위력적이었습니다. 악명 높은 소련제 APFSDS(Armor Piercing Fin Stabilized Discarding Sabot, 날개안정분리철갑탄) 을 보완하기 위해 포발사 유도탄 시스템을 장착하여 900mm 관통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40톤 수준의 방호 능력은 이후 U형에서 46톤까지 증량하며 발전하지만 소련제 전차의 고질적인 단점인 포탑과 연결 부위의 방호력이 문제가 되어 개량을 거쳤고 측면 방호력은 여전히 남겨져 있습니다. 러시아는 측면 방호를 보완하기 위해 콘탁트5 폭발 반응 장갑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포탑에 자동 장전장치가 장착되어 있어 공격을 받게 되면 유폭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이후에 출연하는 UM형에서 개량을 거쳤습니다. 험지가 많은 러시아 지형을 고려해 제작되었기 때문에 험지 주파능력이나 기동력에서는 발군이라고 평가됩니다.
우수한 현가장치를 장착하여 험지에서도 포 발사가 유연하다고 알려져 있고 5m 도하 능력과 디젤 엔진으로 개량해 항속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렸으며 서방 3세대 전차를 능가하는 평가도 있습니다.
T-80U는 산지가 많은 한국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으며 도하 능력을 요구하는 동부전선에서 잠재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었습니다. 옴스크트란스마쉬는 T-80을 완성하고도 판로가 없어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소련이 재정난을 겪던 때 불곰사업으로 35대의 T-80U를 도입하게 되었으며 수출한 적이 없었던 러시아는 기술 유출을 염려해 꽤나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서방 전차에 비해 뒤지지 않는 능력을 가진 T-80U를 기반으로 새롭게 추진되는 한국형 MBT사업에 기술을 적용하게 됩니다.
북한조차 도입하지 못한 T-80을 도입한 것에 대해 북한 군부가 놀란 것은 당연했고 예상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T-80U에 국방부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T-80U가 가진 장단점은 K2 흑표 전차를 개발하는 데 큰 보탬이 되었습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3.5세대 MBT로 평가되는 K2 흑표 전차가 한때 날카로운 대립 관계를 가졌던 러시아가 생산한 T-80U에서 기반하였다는 것은 역사적인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