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0 썬더볼트Ⅱ가 세상에 모습을 보였을 때 기괴한 모습과 고공을 가르는 휘파람 소리에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미 공군이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개발한 CAS(Close Air Support, 근접항공지원) 항공기 A-10은 수많은 전장에 참전하면서 명성을 쌓았습니다.
2차대전에서 전차와 함께 근접 항공 지원에 나선 수투카의 활약이 눈부셨다는 것을 미 공군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제트 항공기 시대에 접어들면서 근접 항공 지원의 필요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나타났고 초음속을 가진 전투기는 지상 지원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일정 시간 이상을 체공해야 하는 공격기의 특성을 가진 아음속 A-10은 내피탄성이 우수하고 엄청난 양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중동전쟁에서 소련제 전차를 30mm 기관포로 대응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면서 기관포의 장착을 고려했습니다.
30mm 기관포 GAU-8 어벤저가 A-10에 장착되면서 공격기로서의 완벽한 모습을 갖추었고 미군이 참여하는 다양한 전장에 참전했습니다. 홀로 지상 지원에 나선 A-10을 대적할 수 없었지만, 소련이 대공 레이더와 미사일로 방어망을 계획하면서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첨단 전자장비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A-10은 대공 방어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퇴역을 예고하게 됩니다. 첨단 전투기와 순항미사일이 A-10의 자리를 대체하고 발전하는 공격용 헬리콥터가 출연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고공에서 휘파람 소리를 지르며 하강하는 A-10의 모습이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 것이 결정되었고 애리조나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AMRC(Aerospace Maintenance and Regeneration Center)로 옮겨졌습니다.
A-10 썬더볼트Ⅱ 를 대체하기로 한 F-16 파이팅팰콘은 멀티롤 기능을 한껏 발휘하기 위해 바빴고 AC-130C 스펙터 건쉽은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걸프전에 다시 등장한 A-10 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면서 지상 지원에 앞장섰고 스스로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AGM-65 매버릭 셔틀" 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아음속 공격기로서 가치가 재평가되었습니다. 미 공군은 A-10이 걸프전에서 대단한 지상 지원 임무를 수행한 것은 맞지만, 개발되는 F-35 라이트닝Ⅱ 에게 임무를 물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음속 공격기인 A-10 너무 느리고 기체는 노후되었으며 시간당 유지비가 많이 소요된다는 표면적인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여전히 느린 터보프롭 건쉽인 AC-130C 스펙터가 전장에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F-35 유지비 반밖에 되지 않은 A-10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F-35가 발전된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이기는 하지만 제한된 폭장량으로 근접 항공 지원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RCS(Radar Cross Section, 레이더 반사면적) 을 극소화하기는 했지만 대당 가격이 월등하게 높은 F-35가 지상 지원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반군이나 게릴라가 운용하는 맨패즈나 샘(SAM) 한방으로도 근접 지원에서 피탄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 대당 비용이 적은 A-10의 퇴역은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미 국방부는 A-10과 F-35를 당분간 혼용해서 사용한다는 의견을 내비치면서 논란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