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비밀스럽게 중동에서 작전을 수행할 때 항상 등장하는 국가가 터키입니다. 터키는 우리나라와 성향이 닮았다고 해서 '형제의 나라' 로 대접하기도 했습니다. 이슬람 국가이지만 중동보다는 서방에 가까운 나라로 인식되어 있으며 중동 내 발전한 국가입니다.
터키는 한때 오스만 제국으로 우크라이나부터 예멘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영토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1차대전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과 함께 동맹국으로 참전하였다가 패전국이 되면서 현재의 공화정 국가인 터키가 탄생하게 됩니다.
공화정이 된 터키는 이슬람의 오랜 관습을 타파했고 서방의 것들을 채용하면서 선진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일부다처제를 폐지하였고 1930년에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면서 기존 이슬람과는 확실히 차별된 노선을 택했습니다.
2차대전 중립을 선언하였다가 연합군으로 참전하였고 소련의 간섭으로 벗어나기 위해 '트루먼 독트린' 에 합류하게 됩니다.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서 선진적인 방향을 확립하였고 중동에서 이례적으로 친미국가로 불리게 됩니다.
터키는 시나이반도 위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시리아, 이라크, 이란, 불가리아, 그리스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며 아랍 동맹국과 대립 관계를 가졌을 때부터 중동에 위치한 미국의 군사적 요충지가 되었습니다.
한때 아다나 공군기지로 불렸던 '인시를릭(Incirlik) 공군기지'는 트루먼 독트린이 발표되면서 미 공병대가 설계하고 건설한 거점 기지입니다. 중동으로 향하는 미 공군 폭격기 기착지로 운용되기도 했으며 영국 공군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냉전 시절 미국은 소련과 적대하고 있는 유럽 각국에 핵무기를 배치했고 터키 '인시를릭 공군기지' 가 그중의 하나입니다. 벨기에 클라이네 브로겔, 독일 브뤼셀, 네덜란드 볼켈, 이탈리아 아비아노와 게디 공군기지와 함께 B61 핵폭탄 240발이 전진 배치되어 있습니다.
인시를릭 공군기지에는 50발에 달하는 핵무기가 비축되어 있으며 미국 대통령의 승인 하에 터키 공군 F-16 전투기에서 투발할 수 있습니다. 중동 대부분 국가가 반미 감정이 상당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터키는 중동 내 전략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터키에서 실패한 쿠테타가 인시를릭 공군기지에서 주둔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인시를릭이 시리아 국경에서 불과 100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지적되면서 핵무기 이전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터키는 자국 내에서 활동하는 쿠르드 불법 조직 쿠르드노동자당과 시리아 내전에 참전한 쿠르드 인민수비대가 같은 뿌리에 있다고 주장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습니다. 쿠르드족은 오스만 제국부터 같은 지역에 거주했으나 오랫동안 차별을 받았고 터키와는 적대관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시리아 내전에 휘말린 터키는 자신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미국에 대해 강한 불만의 감정을 드러내며 인시를릭 공군기지에 있는 핵탄두 반환을 시사했습니다. 터키는 이라크전 당시 기지 제공을 거부했고 미국은 지원금 60억 불을 철회하겠다고 경고했던 대립이 있었습니다.
터키의 의회 재표결과 미국의 양보로 중재가 되기는 했지만 최근 불거진 시리아 사태로 터키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미국은 터키의 불만에 표면적으로 단호하게 대처하는 듯하지만 이전과 같이 경제 지원이나 차관을 들고 화해할 여지도 있습니다.
중동 내에서 반미 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어 인접한 지역에 핵탄두를 옮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있기는 하지만 어르며 뺨칠 수 있는 한 발아래 터키와 모셔야 하는 입장의 사우디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터키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꿰뚫고 있어 초강대국으로 불리는 미국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