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갑 전력을 앞세운 히틀러는 나폴레옹이 실패를 겪은 동부전선에 뛰어들었고 적백내전으로 제대로 된 지휘관을 잃은 소련군은 혼비백산했습니다. 게오르기 주코프와 우랄 바곤 자보드(UralVagonZavod, 우랄열차공장)에서 생산된 T-34는 전세를 역전시킵니다.
<T-62>
전후 우랄 바곤 자보드는 T-62라는 걸출한 전차를 탄생시켰고 T-55에서 유전자를 물려받게 됩니다. 소련은 전차 전면 장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주조 원형 포탑을 고집했습니다. T-64에 이어 T-72까지 이어지는 전차 패턴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T-72>
소련이 가진 내부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MBT(Main Battle Tank, 주력 전차)는 이름만 바꾸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하드웨어는 그대로 둔 채 소프트웨어만 보완하는 과정을 무한 반복하면서 T-72에서 위기를 맞습니다.
<T-80>
T-72가 참전한 걸프전에서 부족한 상부 포탑이 AH-64 아파치가 쏘아대는 AGM-114 헬파이어에 수없이 날아가면서 굴욕을 겪습니다. T-80으로 진행하던 전차사업은 T-72를 개량한 T-90으로 변화하면서 주력 전차 자리를 T-90이 차지하게 됩니다.
T-90에 이르러서는 그동안 고집하던 원형 주조 포탑을 용접 포탑으로 바꾸면서 포탑 방호에 노력을 기울입니다. 3.5세대 주력 전차에 발맞추어 FCS(Fire Control System, 사격통제장치)와 능동방어체계를 갖추면서 새로운 면모를 과시하게 됩니다.
3.5세대를 표방하는 T-90은 기존에 소련에서 보였던 개량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서방 주력 전차들과는 상당한 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면 장갑은 이전처럼 강력하지만 상부 포탑과 측면 장갑이 허술해서 증가 장갑을 겹겹이 두른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소련이 T-34 전차를 통해 획기적인 기갑 전력을 구축한 것에 비해 육군력에 그다지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2차대전 유럽에 나타난 M4 셔먼은 부족하지 않았지만, 독일군 타이거 탱크에 비하면 장난감에 비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M48
M60 패튼
전후 M48과 M60 패튼을 선보였으며 소련이 운용하던 방식과 마찬가지로 부족한 면을 보충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M48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주포를 105mm로 확장한 M60 패튼이 이스라엘 6일전쟁에서 빛을 보였습니다.
변화의 기류는 독일과 함께 시작한 3세대 주력 전차 사업이었고 독일과 이견을 보이면서 독자노선을 선택한 미국은 최신예로 구분되었던 M1 에이브람스를 탄생시킵니다. 기존의 단점을 보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설계부터 차별화를 선언하면서 획을 긋게 됩니다.
수퍼 탱크로 불리우는 M1 에이브람스는 2세대 A2를 넘어 SEP V3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M1 에이브람스와 T-90은 아직 정면 대결을 펼친 적은 없지만 63톤에 육박하는 M1 에이브람스와 46톤의 T-90은 체급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소련은 3.5세대인 T-90의 전력에 의심을 갖지 않지만 이미 체첸에서 벌어진 다수의 전투에서 측면 장갑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콘탁트 5세대 증가 장갑을 두른 T-90은 RPG-7 집중 공격으로 측면이 뚫린 경험이 있으며 우라늄 날탄을 사용하는 M1 에이브람스에게는 쉽게 격파될 것으로 보입니다.
T-90 초기형의 경우 포탑 상부 장갑이 미약하여 미군이 사용하는 대전차 미사일 BGM-71 토우에 뚜껑이 날아간 경우가 있습니다. 러시아는 차세대 MBT T-14 아르마타를 개발하면서 측면 방호뿐 아니라 하드웨어 전체를 바꾸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