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8. 1. 23. 06:00


자동차를 평가하는 항간의 항목 중에서 떠오른 것이 내구성입니다. 내구성을 가진 자동차는 출고 시 품질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어 '좋은 차' 로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습니다. 외국산 브랜드가 내수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내구성이 좋으면 더 오랫동안 소유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 외국산 자동차를 바라보는 다소 불편한 시선을 상쇄하기 위한 변명입니다. 내구성이 좋아 외국산 브랜드를 구입했다고 주장하는 오너들은 3년이 되기도 전에 모델을 교체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내구성은 오래 견디는 것을 의미하지만 일반에서 통용되는 의미는 온도 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구성을 가지려면 단단해야 하고 단단하기 위해서는 단단한 재질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관념으로 이어지고 이는 실제와는 다른 빗나간 시선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내구성을 가진 자동차는 잘 부서지지 않는 재질이나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오해가 팽배합니다. 자동차는 잘 가고 잘 서는 것이 기본이며 역설적이게도 안 부서지는 것보다 잘 부서지는 것이 좋은 자동차입니다.





단단한 재질로 구성된 자동차는 오히려 충돌 시 충격이 모두 탑승자에게 전해져 잘 부서지는 차에 비해 나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자동차는 탑승자를 보호하는 세이프티와 잘 부서져야 하는 크럼블 존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입니다.


잘 부서지는 차가 더 안전하고 좋은 차라는 것이 밝혀진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며 이를 모르는 것이 대단히 자랑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자동차 최대 시장으로 불리는 북미에서 강조하는 테스트도 크럼블과 세이프티 존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다소 가혹하다고 평가되는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도 잘 부서지는 것과 잘 보호하는 것을 구분합니다. 잘 부서진다는 것은 부서지면서 발생하는 충격 에너지를 차체가 흡수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탑승자에게 전해질 충격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안전이라는 단어는 위기에 처했을 때만 해당되는 자구입니다. 평소 안전에 대한 의식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낮은 편이며 이를 지적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시선과 대응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잘 부서지는 자동차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는 것은 스스로가 자동차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다는 것은 드러내는 것과 같습니다. 단단하기만 하다고 내구성이 높은 것이 아님을 알지 못하는 부족한 지식의 소유자라고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입니다.


안 부서진 것에 대해 안도하거나 쾌재를 부를 것이 아니라 부서지지 않은 자동차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이 맞습니다. 내구성과 잘 부서져서 안전한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부의 비뚤어진 시선이 개선되어야 자동차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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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