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반도에 위치하고 있는 지리적인 특성과 대치하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로 주력군이 육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해군이나 공군으로 현대화와 첨단화를 구성하고 있는 현대 군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육군 위주의 편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치하고 있는 휴전선 근방은 대부분 육군력이 집중되어 있으며 징집 명령을 받은 많은 병사가 대규모로 주둔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휴전선 일대는 험준한 지형과 살인적인 추위, 경험해 본 적 없는 폭설로 어려운 병영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한국에서 특정한 곳을 지목하여 군 생활이 더 힘들다고 할 수 없지만, 추위와 배고픔,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은 혈기왕성한 20대 병사들조차도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군 생활에 대한 추억을 일생동안 자랑스럽게 안주로 삼는 전방 출신 전역자들과는 달리 억울함을 호소하는 부대가 있습니다. 철원 일대와 화천이 작개 지역이며 3사단 백골부대를 좌측에, 7사단 칠성부대를 우측에 두고 있는 "보병 15사단 승리부대" 입니다.
중부 전선 최전방을 방어하는 15사단은 대성산과 적근산 일대 험준한 지형에서 근무하고 있어 미군 제 10 산악사단과 같은 '산악 전투부대' 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일선 부대이면서도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명 "거지 부대" 로 비하되기도 합니다.
동일한 위도에서 근무하는 3사단이나 6사단, 21사단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강도로 훈련을 하고 철책 근무도 병행하지만,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거론되는 '메이커부대' 도 아니며 '빡센 부대'에도 속하지 못하면서 폄하되기 일쑤입니다.
여름이 되면 40도에 가까운 폭염에 시달려야 하고 11월부터 시작되는 겨울은 5월이 되어야만 마무리되는 환경입니다. 대부분 주둔지가 산지여서 차량으로 보급이 안 되어 CH-47 치누크로 식량과 연료를 수송하기도 하며 이를 적재하는 것도 엄청난 어려움입니다.
전방 사단이나 메이커부대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우월한 보급이지만 15사단 보급은 최악으로 평가될 정도입니다. 7사단의 험준하디 험준한 GOP 계단과 27사단 이기자를 피한 것이 행운이라고 여기기도 하지만 15사단을 폄하하기는 어렵습니다.
GOP 근무 후 FEBA에서도 안심할 수준은 못 됩니다. 이어지는 살인적인 행군이 대부분 산악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며 병장이 되어서도 후임이 가득찬 경우는 행운으로 취급됩니다. 15사단 전역자들은 군생활 대부분이 어려웠다고 회고합니다.
병역비리 사건에 연류된 일부가 15사단으로 배속된 것은 15사단 복무 강도가 어떠한지를 알려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15사단 전역자 중에서는 제대 후 등산이나 스키장을 절대 출입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15사단이 가진 우여곡절 덕분에 소초근무에서 귀신을 본 병사들이 많다는 것도 숨겨진 일화입니다. 수은주 영하 30도와 마현리, 말고개, 해운대를 기억하고 있는 전역자들이 목놓아 "15사단!!" 을 외치는 것은 오랫동안 저평가된 울분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