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8. 1. 4. 06:00


지금보다 파릇했던 시절에는 메르세데스가 가지고 있는 중후하고 묵직한 감성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자동차의 끝은 벤츠" 라는 소리를 듣게 되면 절로 반감이 내부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날카롭고 직관적인 주행 감각을 가진 브랜드들을 우위에 두었고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 작은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진부하고 뒤떨어진 감각을 가진 메르세데스에게는 절대 한 표도 줄 수 없다는 생각이 절대적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되는 순간부터 스쳐 가는 차종들이 늘어날수록 그 끝이 어째서 메르세데스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이순간도 절대 인정할 수 없는 명제가 언젠가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진실로 바뀐다는 것은 인생이 가진 아이러니 중의 하나입니다.





자동차를 나름대로 독창적인 모양새로 가꾸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서 변모에 변모를 거쳤고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욕심의 굴레에 갇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드레스업만을 강조하다가 튠업에 손을 대면서 밑 빠진 독이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통장에서 사라지는 숫자에도 느껴지는 희열로 감정을 느끼지 못했지만 튜닝이 가진 끝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통장에서 사라지는 숫자보다도 튠업된 애마에서 들리는 잦은 비명과 해결되지 않는 트러블은 지치게 하기에 충분했고 마지막을 치달았습니다.


제조사는 개발단계부터 양산까지 수많은 테스트와 가혹한 환경을 거치며 최정점의 타협을 찾게 됩니다. 드레스업이나 튠업은 최정점에 달한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회복될 수 없는 트러블을 자초하면서 예상했던 수명을 급격하게 단축시킵니다.





튠닝 파츠가 날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오롯이 순정에만 매달리는 성향을 갖게 된 것도 다양하고 많은 변수에 노출된 스트레스 덕분입니다. 2만여 개가 넘는 부품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트러블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합니다.


머릿속으로 모든 상황이 그려질 정도가 된다고 하더라도 소유한 차종에 대한 밸런스는 제조사에서 차량을 설계한 그가 최고입니다. 최상의 튜닝 파츠로 대부분을 대체하는 것이 최강이라고 하지만 끌어올리는 수준만큼 망가지는 구석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튜닝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순정을 찾을 수밖에 없으며 자동차의 마지막을 향하고 있다면 메르세데스를 찾을 것입니다. 드레스업과 튠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자동차가 가지는 매력과 변화의 새로움에 아직은 열정을 가졌다는 반증입니다.


튜닝에 매력을 느끼고 메르세데스가 진부하게 느껴진다면 달려나갈 여지가 남아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튜닝에스트레스를 느끼고 메르세데스가 눈에 들어오는 때가 오면 가진 것 대부분이 정점에서 내리막을 향하고 있을 때일 것입니다.



반응형
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