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P38'을 제식 권총으로 사용하던 오스트리아군는 차세대에 대한 요구가 생겼고 복잡하고 난해하며 이루기 어려운 수준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유수의 총기회사들이 기준을 충족하려고 했으나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면서 관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플라스틱 방산제품을 생산하던 '가스통 글록'은 오스트리아 제식 권총 사업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기회를 꿈꾸게 됩니다. 대부분 총기회사는 글록이 개발하는 제식권총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스스로 가장 잘하는 방향으로 제식 권총을 완성하게 됩니다.
격발장치인 해머를 없애고 스트라이크 방식을 채택하였으며 총열과 슬라이드와 같은 중요 부품을 뺀 나머지를 폴리머로 대체하면서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금속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자동권총의 흐름 속에서 글록은 '장난감 권총'으로 폄하되는 굴욕을 겪게 됩니다.
실사용자들에 의해 글록이 가진 장점들이 드러나면서 급격하게 인지도를 얻게 되었고 총기 시장의 천국 북미까지 진출하게 됩니다. 폴리머 재질과 스트라이크 방식이 새로운 흐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자동권총을 생산하는 총기회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스위스 총기회사 '시그 사우어(SIG SAUER)' 와 미국 총기회사 '스미스앤웨슨(S&W)', 독일 총기회사 'H&K' 까지 흐름에 합세하면서 글록으로 파생된 영향력에 합류하게 됩니다. 자국산만을 고집하는 중국까지 진출한 글록은 자동권총계에서 커다란 획을 그은 역사로 기록되었습니다.
표면적으로 대중화를 이룬 것은 글록이지만 폴리머 재질과 스트라이크 방식을 조합하여 채용한 최초의 모델은
"H&K(Heckler&Koch) VP70" 입니다.
'Voll automaticshe Pistole(완전 자동권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VP는 민수시장에서는 'Volks Pistole(국민 권총)'으로 불리웠습니다. 9mm 파라벨럼탄을 사용하는 VP70은 폴리머 재질을 사용하여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였으며 자동화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H&K가 가졌던 다소 과도할 정도의 우수한 능력을 선보이기 위해 복잡한 구조와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이전 흐름을 버린 VP70은 복잡하지 않았으며 가격이 높지도 않았습니다.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장탄수 18발을 기록하면서 기대주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권총이지만 스톡(개머리판)을 추가로 부가할 수 있는 구조적인 여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3점 연사까지 가능했습니다. 신뢰성과 편의성을 갖춘 폴리머 재질 자동권총으로 H&K에서는 민수시장과 군경시장에서 엄청난 판매고를 예상했지만, 실패작으로 끝을 맺습니다.
H&K는 시대를 앞서가는 총기를 생산하는 것에 명성을 가지고 있지만,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확장성을 넓히는 데 그다지 좋은 결과를 도출하지 못합니다. VP70도 실패한 전작이나 후작처럼 안타까운 운명을 맞이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베레타 93R
민수형 Z(Zivil)와 군용 M(Military)가 구분되어 생산되었고 트리거(방아쇠) 뒤쪽에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정성을 기울였지만, 방아쇠 압력이 너무 높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표면적인 원인보다는 베레타사에서 개발된 93R보다 명중률에서 뒤처지면서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 직접적인 원인...)
폴리머 재질의 걸출한 글록이 세상에서 빛을 보기 전까지 VP70에 대한 존재감은 전무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스트라이크 방식으로 안전성을 도모했으며 내구성과 명중률이 우수하기까지 한 글록이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실패한 전작 'VP70'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