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보병 무기였던 활의 시대가 저물면서 등장한 총기는 커다란 소음보다 효용성이 크지 않았고 탄피가 발명되면서부터 가치를 입증하게 된다.빠른 장전이 가능해진 소총은 보병 무기로서 강력한 입지를 가지게 되었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도요새과의 움직임이 빠른 새인 '스나이프' 를 맞추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고 명사수를 일컫는 대명사로 불리우게 된다. 스나이프를 맞추는 소위 '스나이프 쏘기' 는 스나이핑으로 불리웠고 명사수를 두고 "스나이퍼(Sniper)" 로 부르기 시작했다.
1차대전 스나이퍼를 운용했던 독일군은 연합군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고 영국과 미국도 스나이퍼 훈련을 시작하게 된다. "인명을 살상하는 기술" 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훈련 기관은 폐쇄되었고 스나이퍼의 가치는 하락했다.
군대에서 가르치는 대부분이 인명을 살상하는 기술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다소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2차대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스나이퍼는 숨어서 비겁하게 인명을 사상하는 존재로 평가되었고 신사답고 정정당당한 전쟁이 정의라고 개념되었다.
유럽 대부분이 포화에 휩싸이면서 신사적인 생각은 급격하게 사라졌고 상대 지휘관이나 주요 보직을 가진 요인을 사상하는 스나이퍼가 다시 표면으로 떠오른다. 독일에게 침공 당한 소련은 여성 저격수까지 운용하면서 본격적인 저격수시대를 맞이한다.
상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닥치는 저격은 모든 병사들에게 공포가 되었고 저격병들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동료의 목숨을 구해주는 자국의 저격병들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거나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다.
저격병에게 포격을 집중하는 경우도 있어 보병들이 커다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었으며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개고생하는 보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뒷전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숨어서 저격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기도 했다.
독자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저격수는 특수부대 못지 않은 강력한 훈련을 오랜 시간 지속해야 하고 적대적인 감정으로 위치가 노출되면 즉결 처형을 감수해야 한다. 부하들에게 너그러운 지휘관들도 저격병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취급하고 이를 묵인하는 경우도 있다.
홀로 임무를 수행하거나 파트너와 함께 하기는 하지만 대규모 교전에서 불리한 입장일 수 밖에 없다. 교전을 피하기 위해 한 발에 정확한 타격을 습관화하기도 하며 위장술, 관측술, 정보 수집, 생존술을 익혀야 하며 간단한 외과 수술까지도 가능하다.
스나이핑이 가지고 있는 감정으로 임무의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과 차가운 시선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망원스코프로 조준한 적의 선혈이 낭자하는 모습까지 보아야 하기 때문에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를 겪는 것도 다반사이다.
여성 저격병의 경우 몸속에 말도 안되는 물건들을 집어넣거나 참혹하게 처형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자살용으로 수류탄을 지급하기도 했다. 저격병들에게 부무장을 지급하는 것은 적을 살상하는 것이 아닌 포위되어 '최후의 순간에 자살용' 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말이 있다.
독자적인 임무로 적에게 노출될 확률도 높으며 적대적인 감정으로 목숨에 위협을 받을 수 있어 일반 보병으로 위장하는 교범이 운용되기도 한다. 저격용으로 사용하던 볼트액션식 소총을 버리고 휴대한 돌격소총을 사용하면서 일반 보병으로 위장하는 것이다.
돌격소총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일반 보병으로 보이면 즉결 처형을 당하거나 처참한 상황을 피할 수 있으며 포로가 되어 보호받을 수도 있다. 저격병이 화려하게 포장되기는 했지만 꽤나 어렵고 고단한 보직 중에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