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2017. 5. 6. 07:00


서양 문물을 동양에서 가장 먼저 받아들이며 경제적으로 성장한 일본은 군사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면서 아시아의 헤게모니 중심이 됩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압하면서 강력한 현대 국가로 성장하게 되었고 스스로를 "탈아입구"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시아를 넘어서 구라파에 입구에 들어섰다는 다소 자의적이 해석은 일본이 자부심을 갖게 하는 근본이 되었고 "대동아공영권" 을 주장하는 근거로 작용합니다. 아시아의 해방을 위해 일본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위험한 발상은 팽배해진 민족주의와 합쳐져 전쟁을 일으키는 동기가 됩니다.





독일 나치즘과 이탈리아 파시즘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별이 되어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욱일승천기를 앞세웠고 주변국 침략을 불사했습니다. 가쓰라 태프트 조약으로 미국은 필리핀으로 향했고 일본은 대한제국을 불법 점거하면서 아시아를 제집처럼 여겼습니다.


괴뢰정부 만주국을 세우면서 중국 본토를 압박했고 국민당 장제스와 공산단 모택동은 잠시나마 휴전을 협상하고 반일항쟁에 나서게 됩니다. 쉽게 중국을 정복하리라 생각한 일본 군부는 생각보다 강력한 중국해방군의 전력이 놀랐고 장기전에 돌입하게 됩니다.





장기전이 되면서 일본은 물자부족에 시달렸고 고무와 유류, 나무가 지천인 인도네시아 근방을 새로운 목표로 삼게 됩니다. 인도네시아를 침공하기 위해서는 필리핀을 거쳐야 했고 이미 점유권을 내주기로 한 가쓰라 태프트 조약이 문제로 떠올랐지만 협상을 통해 난제를 극복하려고 합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논의는 중간 기착지인 하와이 진주만을 선제공격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해군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주도를 했고 태평양 함대의 유능한 지휘관 나구모 주이치가 선봉이라고 알려졌지만 작전의 입안한 인물은 따로 있었습니다.





미국에게 치욕을 안기면서 태평양 참전을 촉발시킨 진주만 기습의 설계자는 겐다 미노루 중좌입니다.





히로시마 태생인 해군 장교 겐다 미노루는 뛰어난 일본 장교 중에서도 발군이었고 최고의 엘리트로서 해군 작전의 중심이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인 거함거포주의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항공모함주의를 주창했기에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에게 중용되었습니다.





치밀하게 짜여진 진주만 기습 공격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주요 목표에 대부분 도달했으나 겐다 미노루가 중점으로 생각했던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와 요크타운이 정박하지 않았고 거대한 유류 저장고와 수리 시설을 제대로 타격하지 못한 것이 석연치 않았습니다.


미국은 주력을 거함거포로 할 것인지, 항공모함으로 할 것인지 기로에 서있었지만 겐다 미노루는 항공모함의 존재에 절대적인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태평양 함대에 항공모함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직접적인 교전에서도 일본이 우세할 것으로 스스로 판단했습니다.






미노루의 예감은 적중했고 미국 항공모함과 유류 저장고, 수리 시설을 파괴하지 않은 것은 두고두고 논란 거리로 남게 됩니다. 진주만에서 나구모 주이치가 겐다 미노루가 입안한 전략을 완벽하게 수행했다면 미국은 태평양에 참전하기 위해서는 1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후에 치뤄진 산호해 해전, 필리핀 해전, 사보 섬 해전을 입안했으며 일본 해군 내 항공모함우선주의 입지를 확고하게 만들었습니다. 태평양 전쟁의 최고의 전투인 미드웨이 해전이 일어나기 이틀 전 겐다 미노루는 고열로 쓰러지게 되고 일본은 미국에 대패하면서 태평양의 주도권을 내주게 됩니다.





미노루가 다시 전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미국이 완전한 승기를 잡았고 끝까지 항전하기를 고수했지만 핵공격을 위한 맨하탄 프로젝트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리틀 보이와 팻 맷이 떨어지면서 버섯구름이 피어올랐고 일본의 꿈은 물거품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2차대전이 끝나고 겐다 미노루는 공군참모총장에 달하는 3대 항공막료장을 보내고 국회의원으로 정치일선에 들어서 우익단체를 공공연히 지원하기도 합니다. 역사에 가정은 의미없지만 진주만 기습 공격이 겐다 미노루가 입안한 대로 진행이 되었다면 미국의 태평양 전쟁 역사는 확실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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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