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6. 10. 30. 06:00




포르쉐가 카이옌을 생산하기 시작할 때 포르쉐 매니아들은 "포르쉐가 죽었다...!!"며 슬퍼했습니다. 고성능 브랜드인 포르쉐가 점유를 위해 SUV를 생산한다는 것을 누구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볼프강 포르쉐가 진두 지휘하던 포르쉐AG의 무리한 확장으로 자금난에 휩싸이면서 페르디난트 피에히의 폭스바겐AG에게 역습을 당한 것입니다. 포르쉐의 변화라기 보다는 폭스바겐산하로 들어간 포르쉐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카이옌은 자금난을 겪던 포르쉐를 살린 효자모델로 부각되었고 SUV의 전성기와 궤를 같이 하게 됩니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은 공간활용도가 높고 노지와 공도를 가리지 않고 성능을 발휘하는 범용성도 가지고 있어 실용을 강조한 모델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영국 신사의 품격을 지향하던 재규어는 력셔리 브랜드로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랜드로버와 함께 인도의 타타자동차로 옮겨가기는 했지만 여전힌 재규어만의 것들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되는 재규어는 후진기어가 지독히도 안 들어가던 이전의 오명을 확실히 벗은 모습입니다.





수려한 외관을 자랑하며 럭셔리 세단으로 명성을 쌓은 재규어가 SUV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포르쉐보다 더한 실망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랜드로버에서 사막의 리무진인 레인지로버와 파생된 SUV들을 오래전부터 생산해오고 있었고 높은 명성을 얻고 있었습니다.


재규어가 정체성을 포기하면서 SUV에 도전할 명분은 적었고 점유만을 위한 선택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SUV에 도전하고 있지만 재규어만은 고유의 것들을 지켜나가는 것을 바랬던 유저들의 옥심일 수 있습니다.





재규어는 시장과 유저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정말 멋진 SUV를 보란듯이 출시했습니다. F Pace로 명명된 재규어의 스포츠 유틸리티는 재규어가 만들면 SUV도 확실한 차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높은 완성도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재규어의 다이얼식 기어노브는 여전히 재규어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간결하고 단정한 디자인은 재규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누가보아도 재규어라는 것을 어느 곳에서나 확일할 수 있습니다.





2리터 180마력, 43.9의 토크는 도심을 질주하기에 모자람이 없으며 8단 자동변속기는 제로백 6.2라는 숫자를 기록하게 합니다. 1,920kg의 묵진한 몸체를 이끌기 위한 터보차저의 장착은 시대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수퍼차저를 선택하던 이전의 재규어와는 다른 모습이기는 합니다만...


508리터의 넉넉한 적재공간은 2열 시트를 폴딩하면 1,598리터로 확장됩니다. 단단하고 꽉찬 디자인에서 느낄 수 있듯이 묵직한 무게를 가지고 있지만 12.8km/L라는 복합연비는 실용을 구연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V6 3리터 300마력의 디젤 터보차저와 3리터 380마력의 가솔린 수퍼차저가 제대로 된 재규어의 품격을 보여줄 수 있지만 1억 3백이라는 가격은 눈에 익은 숫자가 아닙니다. 7,870만 원의 스포츠 트림보다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상위 모델은 접근이 용이하지는 않습니다.


2리터만으로도 재규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만끽할 수 있어 주력은 2리터 디젤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다소 늦은 감이 있는 F Pace이지만 재규어의 유전자가 심어진 SUV의 차별을 느끼기에 부족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포르쉐를 일으킨 카이옌과 같은 엄청난 점유를 꿈꾸지는 않지만 재규어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데 획을 그은 모델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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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