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일본은 새로운 식민지가 필요해졌고 물자가 풍부한 필리핀으로 눈길을 돌리게 됩니다. 당시 해군력은 최고의 수준이었지만 가쓰라테프트 조약을 한 미국이 걸림돌이었습니다.
미국은 태평양전쟁과 유럽전쟁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며 공황의 후유증을 치유하고 있었고 경제적인 부흥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한시가 급한 일본과는 달리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재촉에 성실하게 응대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일본 군부는 군사력을 동원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로 결정하고 해군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에게 작전의 취지를 전달합니다. 충성심과 애국심이 높은 군인이 이소로쿠는 진주만을 폭격할 계획을 마련하고 함대 사령관 나구모 주이치가 출격을 하게 됩니다.
군부와 이소로쿠의 판단과는 달리 굴욕을 당한 미국은 참전을 결정하고 경제력을 군수산업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해군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무서울 것은 없었지만 예상했던 흐름과는 확실히 엇나간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급속도로 군사력이 높아졌고 일본은 서서히 태평양에서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미국 본토를 공격하여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잠수항모인 "이호제사백형잠수함"의 필요성이 부각됩니다.
공격기를 싣고 은밀하게 미국 본토까지 침투해 주요거점을 공격하려는 목표로 제작된 최초의 잠수항모는 공식명칭 I-400으로 명명됩니다.
센토쿠급 잠수함으로 잠수함전에 대한 교본이 전무했던 일본은 독일만큼 잠수함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황당무계한 잠수함과 항공모함의 조합은 실제로 계획되어 건조되기에 이릅니다.
18척 생산을 목표로 잠수항모로만 전단을 꾸리려는 이소로쿠 사령관의 계획은 허무맹랑하지만 현실적일 수도 있다는 환상을 갖게 했습니다. 전쟁 말기가 되면서 일본은 뒤를 생각할 수 있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고 군부는 광기의 정도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카미카제로 자국민을 사지로 모는 것을 서슴치 않았던 어지러운 상황에서 잠수항모는 현대에서도 해소하기 어려운 난제들을 해결하며 4척이 건조됩니다. (실전에 투입된 것은 I-400, I401 두척 뿐이다.)
잠수함의 가장 큰 목적인 잠항과 함재기의 수송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상부에 설치하는 격납고는 자칫 잠수함을 뒤집어지게 할 수 있는 부담이 있었고 잠항과 부상에서 오류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늘렸습니다.
잠수함 두 대를 합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었지만 격납고에 들어갈 수 있는 함재기의 수납방식도 문제였습니다.
M6A 세이란 수상공격기는 I-400을 위한 전용 공격기로 제작되어 공군이나 해군에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동굴형태의 격납고에 세이란을 넣는 것을 고심하던 일본 기술자들은 날개를 완전히 접는 방식을 채용했습니다.
이렇게 난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며 완성에 가까워지기는 했지만 함재기 3대로 펼칠 수 있는 작전에 대한 현실적인 파괴력은 의문을 낳게 됩니다. 18대의 잠수항모 전단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배수량 6,000톤이 넘는 잠수함의 활용으로는 그다지 좋은 능력은 아니었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소로쿠가 원하던 잠수항모가 완성되어 세이란이 출격하기까지 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드림스 컴 트루...)
귀환은 해수면으로 하고 크레인으로 옮기는 수고로움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일본 해군으로서는 쾌재를 부를 일이었습니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전쟁의 흐름까지 바꿀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만...
해군 사령관 이소로쿠가 점령지인 파푸아뉴기니의 부겐빌 섬을 시찰하러 나갔다가 미군 육군 항공대의 P-38 라이트닝의 50mm 기관포에 전사하게 되면서 잠수항모의 미래가 급격히 불투명해졌습니다. 흐지부지하고 있던 틈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두 발의 핵펀치를 맞고 무조건 항복을 하게 됩니다.
태평양에서 파나마 운하를 카미카제로 폭파하겠다는 무모한 작전을 수행하던 I-400과 I-401은 미 해군에 항복하고 두 대의 잠수항모는 하와이로 옮겨지게 됩니다.
종전과 함께 하와이에 있던 두 대의 잠수항모는 소련의 양도 요청이 있었으나 잠수함 기술이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여 하와이 인근 바다에 침몰시키게 됩니다. 이후 어뢰 공격 목표로 사용되는 굴욕을 겪으며 파괴된 I-400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