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2018. 2. 13. 07:00


동아시아 정세는 대국으로 불리던 중국의 힘이 약해지고 북방민족이 힘을 가지면서 한반도와 삼각관계가 맺어질 때 힘의 균형으로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통일된 중국이 강력한 왕권을 가졌을 때 비로소 한반도가 안정된다는 것을 역사가 알려줍니다.





고려 시대 북방민족 여진은 미약했고 거란이 융성했습니다. 고려는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을 적으로 여겼고 여진은 고려를 부모 또는 형의 나라로 받들었습니다. 고려가 무신정권으로 권력이 이양되어 군대를 수도에 집중하면서 거란은 몽골에 흡수되어 침공했고 강화도로 천도하기에 이릅니다.





30년 동안 이뤄진 대몽 항전은 역사적으로 위대한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수많은 고려 백성이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습니다. 강화도로 천도한 왕과 무신들은 북방민족인 거란이 강화도를 공략하지 못할 것을 알았고 술과 여흥으로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조선 시대 중기까지 중국과의 관계는 별다른 기류가 없었다. 북방민족의 세력이 약화되었으며 명나라는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중국 중심에서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불안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 것은 금나라로 불리던 여진이 다시 한번 세력을 확장하면서였습니다.





여진을 통일한 '아이신기오로 누르하치' 는 후금의 초대 황제를 자청했고 후일 청나라 태조로 지칭됩니다.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이 왕위에서 내려오면서 이전에 수립했던 북방정책은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됩니다. 정세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인조는 중립을 원했습니다.


명나라를 부모의 나라로 추켜세웠고 후금을 형의 나라로 지칭했습니다. 명나라를 정복하고 싶었던 후금의 입장에서는 명나라를 추종하는 조선이 언제든지 자신들의 후미를 타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르하치는 명나라에 집중했고 조선은 나중이었습니다.





몽골을 우선 장악한 후금은 명나라 뒷배인 조선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누르하치가 영원성 전투에서 부상을 입어 상태가 나빠지면서 사망하게 되었고 후대인 '아이신기오로 홍타이지' 가 황제에 올랐습니다. 홍타이지는 명나라와 본격적인 전쟁을 치르기 전에 조선을 압박했습니다.


중립을 원했던 인조는 곤란한 지경에 빠졌고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신하들은 사대의 명분을 들어 "친명배금" 을 주장했습니다. 동아시아 정세는 후금인 청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사대에 집착한 어둡고 보수적인 관리들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후금이 침공하더라도 고려처럼 강화도로 천도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강화도 천도로 수많은 고려인이 고초를 당했고 전쟁에 나섰던 목숨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고려 무신들처럼 천도해 자신들의 목숨만 보전하면 된다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착각이었습니다. 수군이 전무했던 북방민족인 후금에 명나라에서 반란을 일으킨 공유덕과 1만 4천 명의 수군이 홍타이지에게 귀순했기 때문입니다. 홍타이지가 '하늘에서 내린 선물' 이라고 칭송한 것을 인조와 신하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홍타이지는 조선을 침공했고 인조와 신하들은 강화도로 천도하려고 했지만, 후금 수군에게 점령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홍타이지는 전투를 벌이는 것보다 한양으로 직행하는 길을 택했고 인조와 신하들은 남한산성으로 급하게 피신을 하게 됩니다.





백성들은 침공이 일어난지도 모르고 후금의 군대에게 도륙을 당했습니다. 대부분이 알고 있듯이 남한산성에서 어쩔 줄 모르던 인조는 척화론을 주장하는 김상헌과 화의론을 주장한 최명길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정축하성' 으로 불리는 삼전도 굴욕을 겪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인조가 굴욕을 당한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습니다. 중립을 강조하며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서 현명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으며 시대 상황이 만들어 낸 피할 수 없는 굴욕이었다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약소국에서 중립을 선택하는 것은 때로는 상당히 위험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을 자초하게 됩니다. 힘을 키우거나 완전한 한쪽이 되는 방법도 있지만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 위기를 극복할 여지는 충분합니다.


약소국은 중립적인 자세에서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현명한 리더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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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