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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전의 함정

원초적한량 2022. 11. 25. 18:15

 

 

카타르 월드컵에서 벌어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첫 경기는 무승부로 끝이 났다. 7 대 3이나 6 대 4 정도로 기울어졌던 우려는 환희로 바뀌었고 감독 벤투에 대한 사과가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게 흘러나왔다. 육두문자를 날렸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자신이 구상한 전술만을 고집하며 이전보다 확실히 발전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2002년의 영광을 기억하는 대중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이강인이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음에도 기용하지 않아 날카로운 화살이 난무했다.

 

 

 

 

벤투 감독이 구상하는 전술이 무언지 알 수 없었고 스쿼드에 비해 약체라는 흐름에 상당히 동의했다. 죽음의 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루과이, 포르투갈, 가나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첫 경기에서 우루과이를 만난 것은 대한민국으로는 우울한 상황이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일본이 앞선 경기에서 강호들을 꺾어 우루과이전은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반대로 선수들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자칫 무리수를 난발하는 것이 아닐까는 우려를 했다. 우려와는 다르게 우리나라 국대는 선전을 펼쳤다.

 

 

 

 

우루과이전을 지더라도 잘 싸우기를 바랬던 대중들은 이전과 달라진 국가대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치명적인 부상을 안고 경기를 치른 손흥민을 주축으로 밀리지 않은 경기를 보여 비기기는 했으나 이긴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단기 토너먼트에서 벤투가 추구했던 답답하고 지루한 경기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화끈하고 속도 높은 유럽축구에 맛을 본 대중들은 리버풀이나 맨유가 보여줬던 흐름을 기억하고 공격력을 바탕으로 승리를 이끌기 원했다.

 

 

 

 

일부 전문가는 리그 경기와 단기간에 벌어지는 토너먼트는 전술 자체가 다르다고 토를 달았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차갑게 식었던 분위기는 다시 달아올랐으나 앞으로 남은 경기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국가대표는 매번 첫 경기를 망치고 반성하는 분위기였다.

 

첫 경기를 어렵게 이끌고 다음 경기부터 선수들이 긴장하고 향산된 기량을 보여줘 아쉬운 마무를 보였다. 이번에는 반대로 첫 경기부터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오히려 칭찬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긴장이 너무 풀어져 두 경기를 첫 경기보다 못하게 치른다면 달아오른 분위기는 순식간에 화살로 변해 벤투 감독과 선수들에게 향할 것이다. 관심도 없던 애국자들이 비난에 앞장 설 게 뻔하다. 어설픈 가짜들은 월드컵이 동네에서 벌어지는 토너먼트로 착각한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리그 경기에는 한번도 관람을 안 하다가 월드컵에서만 전문가가 되는 숫자는 너무 많다. 벤투 감독이 보이는 전술에 비판적이던 여론이 감쪽 같이 사리진 것이 웃긴다. 가짜들 아가리를 닥치게 우리나라 국대가 나머지 경기를 압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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