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2018. 5. 27. 20:06


부모는 이혼하고 어머니와 함께 하지 못했던 흑인 소년은 백인 조부모 밑에서 성장했습니다. 성장기 정체성에 대한 의문으로 방황했고 마약에 손을 대기도 했다. 불우한 삶은 살아가던 소년은 청년이 되면서 세상의 굴곡에 눈을 뜨고 변호사를 거쳐 정치에 입문합니다.


"비탄자들의 사령관..."


미국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별명입니다.


그는 불공정한 사회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불행을 겪고 있는 미국인들을 직접 찾아가 손을 어루만지고 함께 슬퍼했습니다. 곤경에 처한 국민을 위해 고민했던 그를 바라본 보좌관들은 하나 같이 그의 평소 모습이 미디어와 다르지 않다고 증언합니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퇴임한 오바마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에서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롯 찰스턴에 위치한 교회에서 백인 청년이 총기를 난사해 흑인 교인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인종 갈등에 대한 불씨가 여전한 미국 사회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으로 흑인 시민들의 분노가 급등했습니다. 공개 석상에 나선 오바마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고 스스로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추모식에 오른 오바마는 지긋이 하늘을 쳐다보았고 나즈막히 '어메이징 그레이스' 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뒷자리에 착석했던 흑인 인사들은 오바마가 부르는 어메이징 그레이스에 환호했고 자리에 참석한 모든 국민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습니다.


오바마는 희생당한 9명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기 시작했고 깊어질 수 있었던 인종 갈등의 골은 치유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가 연단에 올라 '어메이징 그레이스' 를 부르는 모습은 아직도 소름 돋을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오바마의 모습을 잘 훈련된 쑈맨이라고 치부하기도 했지만 그의 눈과 입에서 전해지는 감정이 진짜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가 어째서 미국민들에게 환호를 받을 수밖에 없는 대통령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미국민에게 버락 오바마는 아마도 오랫동안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동북아 정세에 어두워 '전략적 인내' 라는 어설픈 정책으로 일관하며 관계를 정상화시키지 못한 면을 대단히 환영할 수는 없지만 미국인의 눈에 비친 오바마는 위대한 대통령입니다.


오바마를 부러워한 적도 있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거쳐 파리에서 아침을 먹고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바마가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우리와는 사실 상관이 크지 않습니다.


우리와의 관계가 깊기는 하지만 우리 것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입니다. 비탄자들의 사령관으로 불리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더 이상 부러워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태평양 넘어에서나 들려올 법한 감동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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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