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8. 4. 29. 14:13


노사합의의 방향이 정해지면서 정부와의 협상 여지가 생긴 GM은 철수설로 시끄러웠던 황당한 수준의 언행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호주와 같이 한국 시장에서 어설프게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려고 했다가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방향을 전환한 모양새입니다.





글로벌 최고의 자리를 가졌던 제조사에서 '글로벌 앵벌이' 가 된 GM의 모습은 한심한 수준을 넘어 측은하기까지 합니다. 누구 하나 책임을 지지 않는 글로벌 기업 구조 속에서 나타난 비뚤어진 왜곡이며 제조사로서 지양해야 할 모습이기도 합니다.





GM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 지경에 이르렀을 때 경차와 컴팩트를 생산하는 한국 GM 모델을 수출하면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경차 마티즈와 라세티 후속인 크루즈로 위기를 타파했고 남미와 러시아, 중국까지 판매 대수를 늘리면서 회복세를 가져왔습니다.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면서 크루즈를 멕시코 공장으로 이전하고 트랙스를 유럽 시장의 오펠에 돌려주면서 떠돌던 철수설에 힘이 실렸습니다. GM은 극구 부인을 했지만, 호주와 같은 과정을 보이면서 철수설이 끊이지 않았고 의심의 눈초리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노사합의에 의해 중형 SUV인 에퀴녹스를 한국 시장에 배치하고 컴팩트 SUV로 구분되는 크로스오버 차량을 추가 배정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예고했습니다. GM의 행보와는 상관 없이 여전히 냉소적인 한국 시장의 유저들은 GM 모델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중형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켰던 말리부는 909대가 팔렸고 트랙스는 707대, 크루즈는 566대, 스파크는 2,518대를 점유했습니다.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스파크는 경차 시장에서 모닝이나 레이에 비해 좋은 평가가 있지만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난 수준입니다.





말리부는 북미 시장에서 판매되던 가격을 책정하며 한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크루즈는 점유에 실패했지만, 주행감 좋은 모델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스파크는 한때 경쟁 상대인 모닝과 레이에 큰 격차를 보이면서 상위에 랭크되어 선전했던 모델입니다.





GM이 벌인 어설픈 한국 시장 철수 압박으로 손해를 본 것은 정작 GM 자신입니다. 에퀴녹스가 북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기대감을 갖게 했고 새로운 SUV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상당한 수준의 만족을 줄 수 있다는 흐름은 시기를 놓쳤습니다.


에퀴녹스를 한국 시장에 배정하면서 글로벌 GM은 엄청난 선심을 쓰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지만, 한국 시장은 이미 GM에게서 등을 돌렸습니다. 점유하는 것보다도 어려운 것이 실추된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제조사로서는 치명적입니다.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당장은 한국 시장을 떠나지 않겠다는 다짐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GM의 행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환일 뿐입니다. GM은 이미 글로벌 제조사로서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영국법인 복스홀과 유럽에서 점유를 누리던 오펠까지 매각한 상황에서 변방의 작은 시장인 한국에 대단히 무게를 둘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대량 실업 사태를 우려한 정부에 일부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GM의 철수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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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