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8. 4. 8. 13:58


BMW가 자랑하는 스포츠 주행감을 대표하는 3시리즈는 E46까지만 하더라도 유럽 기준 C세그먼트에 속하는 분류였습니다. 전장 4,300m 이하의 차량을 구분하는 C세그먼트였던 3시리즈는 F30에 접어들어 전장이 4,624m로 늘어나면서 D세그먼트로 상향되었습니다.





D세그먼트는 말리부, 캠리, 알티마 파사트, C클래스가 속해 있으며 현대 쏘나타가 포함된 분류입니다. 한국 자동차 기준으로는 중형에 해당되는 배기량 2,000cc 미만에 해당되고 전장 기준 4,7m에 부족하기 때문에 중형으로 구분하기는 애미한 구석이 있습니다.


BMW는 3시리즈를 컴팩트 세단에 위치해 자신들 추구하는 정체성을 실현하면서 글로벌에서 명성을 얻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BMW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세계인의 머리 속에 각인된 것은 3시리즈의 공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BMW가 3시리즈를 중심이자 대표주자로 내세운 것은 그들이 추구하는 정체성인 다이나믹 주행에 최적화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단하다 못해 한 치의 흐트러짐을 용서하지 않았던 3시리즈는 극단적인 코너웍을 보여주었습니다.


악셀을 누르는 발에서 쥐가 날 정도였고 스티어링휠은 무파워스티어링에 가까울 정도로 무거워 주차에서 꽤나 애를 먹었지만 충성도 높은 비머의 고객은 몸살을 앓았습니다. 코너를 칼같이 돌아나가는 3시리즈의 모습은 상상 속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비틀림이라는 표현이 필요 없을 수준의 3시리즈는 날이 갈수록 물렁해지더니 F30에 들어서는 중형에 가까운 사이즈로 몸집까지 키웠습니다. 충성도 높은 비머의 고객들 입에서 불만 섞인 투정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 이 무렵 즈음부터입니다.


C세그먼트로 중형보다는 소형에 가까웠던 3시리즈는 후발 주자인 메르세데스가 격차를 좁히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점유의 유혹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디젤 인기가 반영된 5시리즈가 점유를 높이는 것을 본 경영자들의 눈이 달라진 것입니다.





자신 만의 고유 영역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위한 점유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비머가 가졌던 무지막지할 수준의 주행감은 빛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3시리즈가 생존을 위해 D세그먼트로 상향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일 수도 있습니다.


다이나믹으로 정체성을 옮기며 SUV까지 침범하는 메르세데스를 그대로 방관하기만은 어려웠을 것입니다. 모듈화 섀시를 채용하고 엔진과 내장을 통일시켜 수익을 증대하는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는 변명을 늘어놓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장에서 점유를 놓쳐 수 년동안 남의 집에 얹혀 제대로 대접을 못받는 브랜드를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변화에 발맞추는 것이 제조사에게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지만 간판 스타였던 3시리즈가 변모한 것은 상당히 아쉬운 결정입니다.


D세그먼트에 속한 3시리즈이지만 컴팩트라는 이전의 분류를 쉽게 잊기는 어렵습니다. 엔트리라는 타이틀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고 차체를 키우기는 했지만 중형이라는 수식어가 아직까지는 낮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3시리즈는 중형이라는 수식어를 얻기 위해 값진 것을 잃어버린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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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