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8. 4. 4. 13:56


기아자동차 플래그쉽 K9이 6년 만에 풀체인지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고급스럽고 품격 있는 디자인, 안락감과 감성, 힘이 넘치면서 안정적인 주행 성능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며 등장한 기아의 새로운 플래그쉽은 수준을 높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12.3인치의 커다란 디스플레이와 모리스 라크로 명품 시계, 앉을 때 감탄이 튀어나올 정도의 우수한 시트 재질감, 수준 있는 내장재, 완성도 높인 센터패시아는 기아가 강조하는 대부분에 동의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기본 모델부터 옵션을 제대로 갖추면서 충실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기술을 넘어 감성이라는 컨셉으로 개량되었다는 더 K9은 럭셔리 브랜드 주요 요소들을 버무린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디테일에 많은 정성을 쏟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산 브랜드에서 독일산 브랜드로 지향점을 달리했던 시절의 모습은 아닙니다.


자동차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아자동차가 현대의 진부하고 고집스러운 과오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혁신적이며 도전적인 면모를 확실하게 어필하지는 못했습니다.





K9도 기아가 가지고 있는 한계 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누르고 있는 느낌입니다. 가장 가까운 경쟁자인 제네시스 G90과 G80 사이에 위치하면서 점유를 누리기를 바라고 있겠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이전의 과정을 상기해봤을 때 제네시스 G90을 출시하기 전 테스트베드로 K9이 나선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K9이 기아 내에서는 플래그쉽으로 구분되고 있기는 하지만 경쟁 상대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은 E 클래스나 5시리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불리는 메르세데스와 비머가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앞세우며 점유를 늘리고 싶은 욕구를 표현하고 있어 달라진 모습만으로 전망이 밝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높이진 성능으로 어필하고 있지만, 럭셔리라는 수식어가 등장하는 수준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중요합니다.


K9은 태생부터 우수한 능력을 표방하며 경쟁에 우위를 점쳤지만 별다른 반향을 보이지 못하면서 점유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달리기 실력을 갖춘 BMW마저도 럭셔리로 불리는 영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K9을 보고 있으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하고 있지만, 왠지 모를 촌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일부러 내세우지 않아도 품격과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일부 브랜드와의 차이는 몇 가지 단어로 수식할 수 있는 영역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전통의 강자인 S 클래스와 재규어 XJ 같은 모델은 스펙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세우는 숫자뿐 아니라 오랜 시간 수많은 과정을 거치면서 쌓인 노하우와 기술력이 집약되어 있으며 K9에게 아직은 부족한 부분입니다.





8,0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3.8리터 GDi 모델보다는 3.3리터 터보 GDi 기본 모델이 오히려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자동차를 자신의 명함이나 성공의 척도로 여기는 분위기 속에 엄청난 경쟁자를 뒤로하고 K9이 우위를 차지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입니다.


K9이 성공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 겪어야 할 과정이기는 하지만 럭셔리를 추구하는 시장 자체의 한계와 특유의 감성을 이해하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K9이 잘 만들어진 모델이고 부족했던 디테일을 보강하는 노력을 보였지만 보이지 않는 감성의 격차는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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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