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8. 2. 21. 14:15


글로벌 GM이 다소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철수설이 불거질 시기부터 줄곧 한국 시장 철수는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경영진의 격양된 목소리와는 달리 GM 철수설은 날이 갈수록 의심 수위가 높아졌고 일부에서는 음모론으로 일축하기도 했습니다.


일축하는 목소리와는 다르게 군산공장 CKD 물량을 줄이고 유럽 쉐보레가 철수하는 것은 물론, 한국GM의 수출 물량을 낮추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GM이 유럽에서 괜찮은 점유를 누리는 오펠과 영국법인 복스홀을 매각하면서 철수설은 힘을 받았습니다.





산업은행 비토권이 마감되는 2017년 10월을 기점으로 철수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자 글로벌 GM은 이례적으로 9세대 말리부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중형 시장에서 고전하던 이전 세대 말리부를 교체하는 행보는 철수설을 일축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됩니다.


철수설을 일축하는 것뿐 아니라 북미시장과 비슷한 가격을 책정하면서 가성비 좋은 중형 모델을 선보이는 훌륭한 제조사로 각인됩니다. 일부 옵션을 달리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디자인과 우수한 주행감이 알려지면서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철옹성으로 불리던 중형 시장 독주인 쏘나타를 바짝 추격하면서 선전을 펼치는 말리부 모습에 환호했고 GM의 결정에 열광했습니다. 철수설이 불거졌던 제조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GM은 말리부 출시로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 완성되는 자동차는 비싸게 부품이 수입되어 출시되기 때문에 팔수록 밑지는 장사였고 한국에서 생산되어 수출하는 부품은 싼 가격으로 책정되었습니다. 글로벌 GM에서 개발되는 차세대 비용을 한국GM이 부담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말리부는 호재가 아니었습니다.





표면적으로 부각된 것은 신형 크루즈의 부진이었지만 이미 오랜 세월 곪아오던 문제가 불거진 것 뿐입니다. 말리부가 팔려나가면 팔려나갈수록 한국GM의 수익은 줄어드는 다소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구조로 위기에 처한 GM의 단기 면피용으로 활용된 것입니다.


말리부가 가격을 이전과 달리 적게 책정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GM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없애는 방식이었던 것입니다. 말리부를 구매한 소비자가 한국GM의 경영 깊숙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내거나 관여할 수는 없지만 현 상황이 유쾌한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모델을 현실적인 가격에 구입한 것에만 무게를 두면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알려진 것과 같이 말리부 가성비가 좋은 것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장에서의 이례적인 가격에는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GM 철수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말리부 점유가 높아진 것에 환호했던 당시 분위기를 떠올리면 씁쓸한 생각만 들게 됩니다. 말리부 출시와 함께 한국 소비자를 위하는 것처럼 마케팅을 벌이면서 이익만을 추구했던 이면은 글로벌 기업이라고 믿었던 등에 비수를 꽂는 일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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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