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7. 6. 27. 06:00


6세대 F10 5시리즈는 경쟁자인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와 대척점을 두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수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며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메르세데스가 럭셔리 주행감을 포기하면서 BMW의 스포츠성에 가까운 선택을 하면서 간극을 줄였고 비머는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두 브랜드는 럭셔리와 다이나믹이라는 명제 아래 고유의 영역을 지키며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고하게 보유하고 있는 정책을 고수했습니다. 메르세데스가 고급화를 버리고 전륜 세그먼트에 진입하면 충성도 높은 고객들에게 공분을 샀고 역설적으로 점유에 성공을 했습니다.





점유 확장에 한계를 보이면서 자동차시장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고 제조사들는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은 총력하는 분위기입니다. 정체성을 먼저 버린 메르세데스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고 최후의 보루가 된 BMW에게는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다이나믹을 위한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고 플래그쉽 세단 7시리즈에까지 이례적으로 밸런스를 강조하는 감성을 선보였습니다. 점유와는 상관 없는 선택은 매니악적인 측면이 강한 비머의 충성도 높은 유저들에게 환호를 받았고 자부심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메르세데스 E 클래스의 변화된 모습이 BMW의 다이나믹에 가까워지면서 새로운 5시리즈는 확고한 고객들을 점유하기 위해 발전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메르세데스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다이나믹을 보여주면서 차별화를 선언할 것을 예측했습니다.


G30이라는 새로운 코드명으로 등장한 5시리즈는 넓어지고 낮아졌으며 높아진 차체를 선보였으며 알루미늄과 초고장력 강판을 확대적용하면서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서스펜션의 대부분을 알루미늄으로 장식하면서 예상된 다이나믹 주행감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하부의 구성은 틈새를 찾아볼 수 없었고 방청과 방음에 많은 공을 들인 모습이 역력했으며 강성을 위한 구조적인 배치가 눈에 띄었습니다. 코너웍을 좋게 하기 위한 스테빌라이저의 선택은 여전했고 밸런스를 위한 무게배분은 집착증을 보인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발전된 퍼포먼스를 기대하고 숨을 고르며 스타트 버튼을 누르게 되면 부풀었던 기대감은 이내 실망감으로 치닫습니다.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이었지 5시리즈가 보여준 주행감은 이전에 가졌던 관념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정도로 퇴보했고 언더스티어까지 경험하게 됩니다.





BMW에서 "언더스티어" 를 경험할 것이라고는 1도 생각하지 않았던 잡념이 사리질 때 즈음 출렁거리는 비머의 거동에 다시 한 번 놀라며 주위를 살필 수 밖에 없습니다. 스티어링휠에 보이는 BMW의 로고가 낯설어 보일 정도로 이질감을 느끼는 5시리즈는 이전의 비머가 아니었습니다.


리뷰어들이 그동안 무수하게 디스하던 현대 쏘나타의 무른 주행감까지 보이면서 실망감을 안긴 5시리는 퇴보를 선택한 것입니다. 메르세데스가 점유를 위해 럭셔리를 버리고 전륜 세그먼트에 치중하던 실망스러운 모습을 5시리즈의 시트에서 페이드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점유를 위해 퇴보를 선택한 BMW의 절박한 상황이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고수하던 브랜드가 하나 더 사라진다는 실망감은 말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5시리즈가 3시리즈에 비해 무른 느낌이기는 했지만 G30의 선택은 확실히 진보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실망스럽습니다.


충성도 높은 유저들은 BMW에게 모션 컨트롤 같은 보여주기식의 퍼포먼스를 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급한 제조사가 보여주던 페이크 주행감까지 동원한 5시리즈의 모습을 통해 다이나믹에 미련을 가진 BMW를 옅볼 수 있습니다. 비머는 정체성보다는 수익에 치중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으며 흐름에 편승하려는 선택을 결정한 것입니다.


BMW가 수익 따위에 치중하지 않으며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브랜드라는 착각에 빠지며 유일하게 고수할 수 있는 제조사로 남기를 기대한 것은 욕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키드니 그릴 위의 BMW 로고가 5시리즈에서는 작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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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