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2017. 5. 29. 07:00


1차대전에 참전했던 해군 장교 칼 되니츠는 잠수함 전력인 U 보트가 알려진 것과는 달리 파괴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패전국으로 낙인되어 베르사유 조약에 의거해 해군력을 증대할 수 없었던 독일에게 U 보트는 전력을 증대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습니다.


강력한 상대인 영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해군력의 강력한 편제가 중요하다는 되니츠의 주장에 총통 아돌프 히틀러는 많은 공감을 했지만 속내는 달랐습니다. 서유럽에서 강세를 떨치던 프랑스를 점령하면 영국은 당연히 도버해엽을 거쳐 물러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프랑스 점령 이후에는 불가침 조약을 맺고 있는 러시아로 전력을 집중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울리지 않게 반공주의자였던 히틀러는 표면적으로 이데올로기를 들먹거렸지만 코카서스 지역의 유전을 탐내고 있었고 범슬라브주의를 혐오하고 있었습니다.


게르만 민족만이 세상의 최고라는 범게르만주의를 가진 히틀러에게 러시아를 주축으로 뭉친 슬라브주의는 눈엣 가시였습니다. 프랑스와 러시아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되니츠의 주장과는 달리 육군이 주축이 되어야 하며 해군은 공군 뒤에 위치해야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지원이 미비했던 되니츠는 U 보트 함대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건의했으나 무시되었고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육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기는 했지만 U 보트를 건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고 석탄 액화기술로 연료 부족은 없었습니다.





열악한 지원에도 되니츠는 실망하지 않았고 U 보트 함대의 뛰어난 지휘관들은 침착하고 날카로운 직관으로 대서양을 누비며 영국이 상선을 파괴했습니다. 영국이 펼치는 다양한 대응책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U 보트 함대는 정확하게 길목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레이더 기술이 상당한 발전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U 보트를 피해서 영국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습니다. 미국에서 해로를 통해 영국으로 향하는 대부분의 상선은 U 보트의 표적이 되었고 벗어날 길이 없었습니다.





통신시설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 독일 해군은 암호기를 사용했고 영국은 해독이 불가능했습니다. U 보트 함대가 영국 상선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암호기 애니그마 덕분입니다.


애니그마는 이전과 다르게 간단하고 정확하게 암호를 송신하고 수신할 수 있었으며 해독 조차도 불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교하고 발전된 기술력을 가진 독일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애니그마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던 독일 해군은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첩보에 의해 도착한 정보는 애니그마를 통해 U 보트 전단에 전해졌고 상선을 기다리기만 하면 여지 없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상선들이 다함께 이동하는 대응법을 고안하기는 했지만 이리떼 작전으로 이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었고 U 보트의 위엄은 날로 커졌습니다.





대서양을 건너 뉴욕 앞 해안까지 진출하며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 애니그마의 암호를 해독하기 전까지 U 보트 전력을 지탱하던 중심에 서있었으며 독일 해군이 명성을 남기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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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