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2017. 3. 11. 06:00


중형시장은 오랫동안 쏘나타의 독과점에 가까운 점유를 누렸고 경쟁자들을 압도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중심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유럽시장의 감성을 앞세운 르노자동차의 탈리스만은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고 유저들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습니다.





숫자를 짝수로 바꾸어 출시한 중형 세단 SM6는 수려한 디자인과 알찬 구성, 색다른 전자장비의 높은 완성도로 유저들의 구매욕을 이끌었고 이례적으로 쏘나타를 대체할 수 있는 강자로 부각이 되었습니다. 유럽시장에서 책정된 가격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르노삼성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도 한 몫을 하게 됩니다.


출시된 이후로 높은 점유를 기록하면서 GM 쉐보레 말리부와 함께 시장을 삼등분하며 쏘나타의 독주를 마감하는 분위기로 흐르게 한 주역이 되었습니다. 신차에 가까운 페이스리프트의 쏘나타에 관심이 집중되기는 했지만 SM6를 향한 유저들의 사랑은 여전했습니다.





출시 초기 논란이 되었던 토션빔 AM링크와 디스플레이에 대한 의문이 사리지기 시작했지만 SM6는 새로운 결함을 드러내면서 리콜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리콜은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바람직한 방향이기는 하지만 한국시장에서는 여전히 결함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모회사인 르노자동차는 유럽에서 컴팩트와 해치백의 강자로 두각을 나타내는 제조사이며 통합된 플랫폼인 CMF(common Module Family)는 중형이나 대형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구조 자체가 소형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서스펜션을 토션빔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로노자동차가 닛산자동차와 협력관계를 맺으며 얼라이언스로 묶여지게 된 것도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협력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닛산은 중형과 대형을 북미시장에 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시장에 런칭이 되어 있는 관계로 기술을 르노삼성과 공유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SM6는 모회사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과 함께 르노삼성을 이끌고 있는 박동훈 사장의 마인드와도 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폭스바겐코리아에서 자리를 옮긴 박동훈 사장은 한국시장에서 잘 팔리는 모델을 선택하는 데 재주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제조사를 키워내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제조사가 정체성을 가진 유수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보다는 단기간에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는 리더이기 때문에 최근 불거지고 있는 SM6의 논란이 중심에 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해서 수익을 대폭 낮춘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갖게 되자 새로운 선택을 했습니다.


2017년 새해가 되면서 르노삼성의 대부분의 모델들은 그동안 낮아진 이익을 복구해야 한다는 다짐을 한 것 처럼 가격을 슬며시 올리는 치졸한 방식을 택했습니다. SM6가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던 유저들을 위한 실용적인 가격 책정이라는 공개적이며 개념있는 발표가 공염불이 된 것입니다.





사소한 결함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리콜사태와 이에 따르는 과징금의 부과도 그다지 유쾌한 상황은 아닌데 좋은 제조사의 이미지를 갖게 했던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슬며시 철회한 것은 유저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는 선택일 될 수도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을 선점한 모델을 뛰어넘기 위한 하나의 솔루션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제조사의 바람직한 방향을 믿고 SM6를 구매한 유저들에게는 실망을 안길 수 있는 선택입니다. 시장에서 잘 팔리는 것보다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과오를 반성하고 있는 현대와는 상반된 행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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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초적한량